통일컬럼 및 논단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I)

박상봉 박사 2007. 8. 13. 11:36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I)


II. 

1. 개념정리에 대한 소고


남북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시기와 방식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이한 체제 사이의 통일은 한 체제의 다른 체제로의 편입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더 나은 체제로의 통일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정된 두 체제의 통합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통합 후의 권력과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단 두나라 모두 사회적 불안이 지속되고 정치적 안정이 깨질 경우에는 두 체제의 연합도 가능하다. 예멘 사례참조).


사회통합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첫째, 집단이나 계층을 떠나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양질의 삶을 영위토록 하는 것. 둘째, 공동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확대해 집단이나 지역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을 줄이므로 사회적 조화와 협력을 증대시키는 것. 셋째,  문화적 이질성을 배제해 집단 간 계층 간 지역 간의 조화로운 삶을 증대시키는 것 등이다. 여기서 특정집단이나 계층은 특권층은 물론이고 고아, 과부, 장애인, 이민자, 노숙자,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적 약자도 포함한다.

첫 번째 정의가 경제적 평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두 번째 정의는 사회적 조화 그리고 마지막 정의는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가능한 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다양한 정의 속에는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Andreas Meusch, Soziale Sicherheit, W. Weidenfeld/ K.-R. Korte(ed.), Handbuch zur deutschen Einheit, 1993, p.575.)

사회통합은 목표를 실현함에 있어 항상 상대적이기 때문에 늘 대립과 논쟁의 대상이다. 국가의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이며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적 성향이 갈리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사회통합의 개념은 남북 간 사회통합이라는 주제 하에서는 사용하기가 부적절하다. 이념과 체제가 동일한 공동체 내에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데 사용되는 개념이 반세기 상이한 체제를 통합하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 사회통합과 같은 체제 간 통합은 우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남한의 제도를 북한에 이전하고 단계적으로 사회통합의 수준을 높여가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남한의 제도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지만 북한의 열악한 사회적 안전망에 비해서는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제도통합만으로도 독일은 총력을 기울였다.)


사회통합과 관련한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연구자의 성향에 따라 방법과 범위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치,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사회통합을 바라본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른 국민통합이 가능한 정치적 통합을 염두에 둘 것이고 경제학자가 떠올리는 사회통합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고려한 경제적 통합의 방안을 찾는 것이 사회통합의 핵심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사회학자는 정치나 경제적 차원 보다는 사회적 평등과 사회안정에 집중해 통합문제를 바라볼 것이다. 각 분야별 사회통합의 방안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런 분야별 연구는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통일 과정 속에서 이를 어떻게 조정해내느냐가 관건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 직후 트로이한트(신탁관리청) 브로이엘 청장과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 사회성 장관이었던 힐테브란트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과 대립은 이런 현실적 충돌이 얼마나 심각하게 전개될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박상봉, 한국의 통일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시아 1995. pp. 306 이하.)


독일의 경우 학자의 전문영역에 따라 사회통합에 대한 연구업적도 매우 다양하다. 동독경제재건을 통해 경제통합을 이루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던 트로이한트의 로베더(Rohwedder)나 브로이엘(Breuel)은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위기관리 업무에 대한 경험과 실력을 살려 도탄에 빠진 동독경제를 회복시키라는 역사적 과제가 주여졌다. 로베더는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청산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동독 재산에 대한 사유화 작업을 추진한 인물이고 로베더의 후임자였던 브로이엘 대표는 “Es gibt kein Butterbrot umsonst" "공짜로 질좋은 버터빵을 먹을 수 없다”라며 시장 원리에 충실했다. (박상봉, 로베더의 암살, 독일분단극복, blog.daum.net/ germanunification; 박상봉, 남북경제통합론, 2004, pp. 157~158.)

다른 한편 라이너 가이슬러(Geissler) 교수는 사회학자로서 동서독 통일을 사회적 차원에 초점을 두어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사회통합을 바라보고 있다.(가이슬러 교수는 통일 후 동독인에게 발생하는 특별한 문제는 과거 동독시절에 경험하지 못했던 실업을 피부로 느끼며 체제전환작업을 해고와 연관시키는 문제에 대해 환기시킨다. Rainer Geissler, Sozialer Wandel in Deutschland, Info zur politischen Bildung Nr. 269, p. 2.) 통일의 현장에서 사회적 현안들을 실무적으로 다루어온 모이슈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사회보장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추세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Andereas Meusch, Soziale Sicherheit,, W. Weidenfeld/ K.-R. Korte(ed.), Handbuch zur deutschen Einheit, 1993, pp. 578~579.) 심지어 정신병리학자인 마츠는 독일통일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심리적 난제들을 거론하며 통일은 보다 신중하게 추진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Hans-Joachim Maaz, 독일통일과정에 나타난 사회심리적 난제들, 통일연구원 주최 한독심포지엄, 2004.)


2. 남북 사회통합의 목표


통일에 대비하는 남북 사회통합은 단순한 학술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기회가 주어졌을때 통일을 거머쥘 자신이 있느냐의 문제이고 통일의 후유증을 극복해낼 수 있느냐에 관한 주제이다. 통일의 희망이나 성과보다 통일이 초래할 어려움과 과제가 산적하다면 누가 감히 통일을 감당하려 하겠는가. 어려움과 문제를 과도하게 부풀려 나열하는 태도로는 통일의 기회는 살릴 수 없다.

통일의 자신감을 갖고 독일 등 다른 통일국가는 어떤 문제점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살펴야 한다. 어떤 정책이 추진되었고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살필 일이다.


사회통합을 크게 제도통합과 가치통합으로 나누고 진정한 사회통합은 두 체제의 제도와 가치가 하나로 일치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이론적 주장이 아니라 상이한 두 체제가 통합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사회통합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라고 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3. 남북 사회통합의 특징


남북 사회통합은 독일, 예멘, 베트남 등 다른 통일국가들과는 다르다. 통일사례들의 시행착오를 연구해 우리의 경우에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절대적 우위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서독 통일과정의 시행착오는 우리의 통일대비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며 다음과 같은 전제들을 고려해 추진하라고 교훈하고 있다.


첫째, 북한경제회복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둘째, 정치적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고 이로부터 파생될 학문적, 경제적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서독은 통일 후 년 1,500억 DM(대략 75조원)이라는 동독 지원금의 2/3 가 소비나 복지 비용으로 지출했던 것이 실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갑작스런 통일로 준비작업에 소홀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의 정치적 포퓰리즘도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동독에 대한 재정지원은 물론이고 이후 동독경제 재건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행태가 수차례 치러진 선거공약에서 드러난 바 있다. 무엇보다도 구공산당 SED의 후신인 PDS는 통일 후 드러나는 부작용을 집중 공략해 기존 정당을 비판하는 틈새전략을 구사해 구 동독 지역에서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셋째,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목표를 설정해 추진해야 한다.

흔히 사회통합이라하면 절대적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려 든다. 하지만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도달하려 했던 사회주의는 극단적인 비효율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망하고 말았다.


남북 사회통합은 한반도 특수성을 고려해 정치적 혼란을 줄이고 경제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사회통합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어야 한다. 남북 간의 제도적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는 완전한 사회통합은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사회통합은 정치 경제 문화적 정책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념이다. 사회적 이상형을 선정해 놓고 이를 목표로 삼는 것은 실패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사회주의 몰락의 주 원인이다. 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회통합은 통일 후 한 세대는 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남북한 사회통합은 이상적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려는 방식으로는 바람직 하지 않다. 이념과 체제가 갈린 채 반세기를 살아온 남북한 사회통합의 핵심과제는 두 체제간 상존하고 있는 차이를 좁히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제도와 가치는 상호의존적이다.(사례 : 북한 응원단이 비에 젖는 현수막의 김정일 초상화를 감싸는 행동.) 사회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가치관, 인식, 규범 등 행동양식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서 만들어진 가치관과 행동양식은 전혀 다르다.

제도통합과 가치통합은 상호의존적이지만 가치통합은 시간적으로 제도통합 보다는 장기적인 과제이다. 제도적 차이를 좁힘과 동시에 개선해야 하거나 폐기해야할 기형적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남한의 경우, 물질만능주의나 소비지상주의와 같은 천민자본주의의 모습들을 제거해야 하며 북한의 경우는 고질적인 사회주의 체제가 만들어놓은 수동성, 무책임성, 공짜인생과 같은 비생산적 행동양식 이외에도 김정일 세습독재가 만들어놓은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조절해가는 정책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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