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II)

박상봉 박사 2007. 8. 13. 11:46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II)


4. 청산되어야할 제도


남북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건전한 통일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들을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김정일 세습독재를 통해서 정착된 기형적으로 정착된 제도들을 청산해야 한다.


첫째, 김정일의 비밀공작 정치가 청산되어야 한다.

남북 사회통합을 위해 가장 먼저 청산되어야할 제도는 김정일의 비밀공작정치이다. 억압자의 비밀공작정치는 “억압을 수단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정치는 억압자와 그 추종자들에게 그 만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FAZ), 2006년 10월 13일.)라는 정의와도 같이 김정일을 둘러싼 추종세력과 나머지 인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다. 전자에 대해서는 과도한 보상을 해주는 한편 일반대중의 생활에는 무감각하다.(“Das Regime ist unempfindlich gegenueber der Armut der Bevoelkerung" "김정일정권은 인민들의 기아와 고통에는 무감각하다" Spiegel-Online, 2006년 10월 11일.)

중국에서 떠도는 탈북자를 방치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해 체제 반대론자들을 재판없이 처형하는 것도 김정일 독재정치의 전형이다. 독일이 통일을 이룩한 후 당의 창과 방패라고 하는 슈타지를 청산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국가가 주도하던 계획경제를 청산해야 한다.

계획경제의 두 축은 국가의 계획과 사유재산을 불허하는 재산 공유제이다. 계획은 시장의 기능을 대체하는 사회주의적 조정기능으로 경쟁을 배제한다. 경쟁은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부정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인 측면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의식주 등 삶의 질을 염두에 두지 않는 평등의 가치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사유재산제도를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터부시하는 태도도 청산되어야 한다. 사유재산제도를 대체하는 재산의 공유제가 지니고 있는 결함을 살펴본다면 이 제도가 지니고 있는 장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재산의 공유제는 이론적 측면과는 달리 비효율성은 물론이고 인민재산의 남용, 불법거래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박상봉, 남북경제통합론, 2004, pp. 56~64.)


마지막으로 정치적 독재와 경제적 독점을 제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제도들이 청산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군사제도, 환경, 정치의 도구로서의 교육, 이념의 홍보수단으로서의 문화, 스포츠 등이 속한다. 또한 공공재산이란 이름 하에 당이 은닉해 놓은 재산을 찾아내 주인에게 환원하는 불법재산의 청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불법재산에 대한 청산은 비교적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1990년 내무부 산하에 정당재산위원회(UKPV)을 설립해 동독 공산당과 대중조직이 은닉한 재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당재산위는 1998년 3월까지 8년 동안 활동하며 공산당 조직과 18여개의 대중조직을 대상으로 6천여건의 위장된 부동산과 해외도피 재산들에 대해 조사해 반환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청은 통일관련범죄중앙수사대를 설립해 공산당과 관련 조직들의 불법재산 은닉과 도피범죄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박상봉, 동독과 북한의 외화벌이: KoKo와 증앙당 39호실, 국제이슈해설, www.cfe.org 2005년 2월 1일;박상봉,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의 재산도피)


5. 청산되어야 할 행동양식


풍요롭고 평등한 삶을 저해했던 잘못된 제도에 대한 청산은 물론이고 성공적인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잘못된 제도로 인해 형성된 가치관과 행동양식들도 청산되어야 한다.


첫째, 더부살이 인생(Trittbrettfahren)

사회주의 체제에서 체질화된 행동양식 중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행동은 더부살이 인생이다. 물론 더부살이 인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상존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질적 양적으로 차이가 많다. 전자의 경우 더부살이는 일종의 나쁜 행위요,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데 동의하는 반면 후자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더부살이 인생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통일 후 동독재산의 사유화 담당기관인 트로이한트의 브로이엘 청장은 암살된 로베더의 뒤를 이어 이 기관의 수장이 되었으나 사유화 원칙을 냉정히 고수해 나갔다. 브로이엘 청장은 열심히 일하는 자라야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켰다.(재산의 효율성을 내걸며 트로이한트 수장에 오른 로베더 청장이 동독 공산당의 지원을 받았던 적군파(RAF)의 테러로 사망하자 많은 사람들은 이제 사유화 원칙이 다소 유연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후임 브로이엘은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더욱 강력히 추진했다. (박상봉, 테트레프 카르스텐 로베더의 죽음, 위드(독일통일정부연구소 IUED), 1996. 1월호, pp. 16~17; Detlev K. Rohwedder erschossen, Der Tagesspiegel, 1991년 4월 1일자; Die Welt, 1991년 4월 1일.)


둘째, 수동적 태도

수동성은 사회주의적 행동양식의 두 번째 특성이다. 사회주의 체제는 “공산당을 노동자 계급과 공장노동자들의 의식화되고 잘 조직된 선군”으로 규정하고 당이 인민대중의 정치적 의지와 이해를 대변한다.(Ruediger Thomas, DDR: Politisches System, W. Weidenfeld/ K.-R. Korte(ed.), Handbuch zur deutschen Einheit, 1993, p. 114.) 당의 정치적 명령에 따라 인민들은 복종할 수밖에 없는 체제이다. 당의 명령을 거부하는 인민은 개조의 대상일 뿐이다. 이런 정치적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적극성은 퇴색되기 마련이다.

정치로 유발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는 경제 및 사회생활로 전이되어 직장인이나 조직구성원들은 모두가 상부의 지시와 명령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북한은 신적 존재인 김일성 김정일 절대권력만이 유효한 체제이다.


셋째. 사회주의적 기업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로 기업활동을 한다면 사회주의 기업은 상부에서 주어진 계획량을 차질없이 완수한다는 목표 하에 활동한다. 전자의 기업이 시장에 참여해 다른 기업들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면 후자의 기업은 경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사회주의로 길들여진 사람들은 자본주의 기업을 자원을 낭비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주체로 바라본다. 이런 기업은 타도의 대상이다.

I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