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

박상봉 박사 2007. 8. 13. 11:24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

 

통일연구원과 한림대 한림과학원은 2006년 11월 24일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통일 이후 사회통합 어떻게 이룰 것인가?' 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공동개최했다. 본 논문은 필자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으로 분량이 많아 8차례 나눠서 게재키로 한다.


목차

  I.

  1. 통일은 역사적 기회

  2. 대한민국의 미래


  II. 

  1. 개념정리에 대한 소고

  2. 남북사회통합의 목표

  3. 남북사회통합의 특징

  4. 청산되어야할 제도

  5. 청산되어야할 행동양식

  6. 사회주의 기업

     대기업 위주의 경제

     사회주의 회사법

     완전고용과 구조적 태업

  7. 전환기의 사회 심리적 난제


  III.

  1. 민주적 권력창출

  2. 북한경제회복의 전제

     화폐통합

     사유화


  IV. 

  1. 사회통합을 앞둔 남한사회

     상품화와 도덕적 인프라

     국가경쟁력과 ‘정(情)’ 문화

     아나바다 운동


  V. 맺음말



I. 

1. 통일은 역사적 기회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적 기회이다. 기회는 잡지 못하면 사라지는 법이다.


냉전을 마감하며 분단되었던 나라들이 예외없이 통일을 이루었다. 베트남과 예멘이 통일되었고 모범적으로 평화공존 할 것 같았던 동서독도 분단을 마감했다. 신(新)동방정책을 주도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사민당(SPD)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총리는 통일의 감격을 “Jetzt waechtst zusammen, was zusammen gehoert" ”同生同居, 즉 함께 태어난 것이 이제야 함께 자라게 되었구나“라는 말로 표현했다. 시대의 흐름이 통일을 가져왔고 민족의 통합은 하나의 운명과도 같은 당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극동에 위치한 한반도 이지만 우리도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남북 사이에 냉전의 기운이 가셔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 흐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탈(脫)냉전을 선언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탈냉전은 미소를 중심으로한 이념적 대립이 끝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 공산권 국가들의 체제전환이 시작되고 인권, 자유와 같은 인류보편적 가치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존중됨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명백하게 인권이 유린되고 자유가 억압받는 북한은 시대착오적이다. 선군정치를 강조하며 핵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으며 결국 낙오자가 될 것이다.


남한도 인위적인 탈냉전을 강조하며 민족공조에 바탕을 둔 남북관계를 유도해 왔다. 대북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북한의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북한은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통제를 강화하고 세습권력의 체제수호를 위해 군사강국화의 길을 걸었다.

이런 의미에서 남한도 시대착오적이었고 국제사회의 흐름으로부터 멀어졌으며 통일이라는 국가적 아젠다는 국민의 뇌리에서 멀어져 갔다. 그저 막연히 북한을 안정시키고 남북이 협력해 통일을 이루어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핵을 둘러싸고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대립되는 것도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적 기회임을 말해준다. 기회는 잡는 것이고 잡지 못하면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된 북한이 우리의 뜻대로 통일을 이루려 할 것이며 주변국들이 이에 동의할 것인가 의문이다.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이 현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서서히 추진해 가며 몰락의 위기에 처한 북한을 중국의 지배 하에 두려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평화를 명분으로 한 분단고착화가 될 것이며 한반도 이북은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빌미로 평화헌법을 대체하고 군사강국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국가적 목표가 이루어지기 전에 북한이 몰락하는 것은 일본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역시 북핵 위기를 대테러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로서 유리하게 이용하려 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방조하고 있으며 미일 공맹을 강화해 대테러전쟁에 참여시키고 있다.  

남한도 예외가 아니다. 평화공존과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통한 통일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고 통일의 역사적 기회도 놓치고 있다. 통일은 해야하지만 지금은 안된다는 논리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이유들을 확대 선전하고 있다.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독일도 힘든 데 우리가 통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의 머리 속에 통일 불안감을 조장시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독일의 유력일간지 디벨트(Die Welt)는 “Nordkoreas heimliche Freunde" "북한의 비밀친구들”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자신의 국가이익  때문에 김정일체제의 몰락을 바라지 않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심지어 한국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Die Welt 2006년 10월 26일자)


2. 대한민국의 미래


북한의 핵실험 이후 주변 강대국들의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미래 나아가서 한반도의 미래가 우리 뜻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이야 말로 단순한 생각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통일을 회피한다면 어떤 나라도 우리에게 통일을 안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핵실험을 계기로 주변국들의 국익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과 같이 우리의 국익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나 자주 국방에 만족한다면 한반도 미래가 너무 불명확하다.


통일은 결코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한반도 상황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가들이 우리의 통일에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서독의 콜 총리가 숨가쁜 통일외교를 벌여 전승국인 미국, 소련은 물론이고 영국과 프랑스의 동의도 얻어낸 통일외교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박상봉, 독일의 통일외교, 독일분단극복 blog.daum.net/germanunification). 통일이야말로 21세기 역사적 과제이자 우리가 추구해야할 최대의 국익이다. 동북아 평화를 구실로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시간을 두고 북한에 친중정권을 수립하려는 중국, 그리고 더 나아가 한반도에 ‘통일조선’ (통일한국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통일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는 반면 통일조선은 중국의 주도 하에 한반도에 중국과 유사한 체제를 수립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을 세우려는 중국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우리의 우방인 미국이나 일본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는 한 통일을 도와줄 처지가 아니다. 향후 50년 앞만 내다보더라도 통일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희망임을 알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라면 2100년이 안돼 우리나라 인구는 2천5백만 내지 3천만명에 불과할 것이다. 3천만명의 인구로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강대국 중국과 일본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통일에 부정적인 이유들을 나열하고 국민으로부터 통일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하는 한 통일의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통일된 한국이 200만 조선족과 50만 고려인과 더불어 만주와 시베리아를 우리의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통일의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서독의 경우 분단 이후 매년 평균 20만명의 동독인을 수용했으며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도 매년 평균 2만명의 동독주민을 서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서독 경제는 성장을 지속했고 서독인들은 근검절약해가며 국가적 과제를 성실히 담당해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통일은 감당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사안이 아니라, 국민이 어떤 태도와 각오로 통일에 임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문제를 확대하기 보다 가능성을 확대해 통일된 한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있는 지도자들의 몫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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