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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49: 5454억원짜리 열차운행(조선일보), 56년만의 기적(서울신문), 열차 탄 남북관계 미국서 속도제한(한겨레)에 대해.

박상봉 박사 2007. 5. 17. 08:59
 

해설49: 5454억원짜리 열차운행(조선일보), 56년만의 기적(서울신문), 열차 탄 남북관계 미국서 속도제한(한겨레)에 대해.


오늘 5월 17일 6.25 발발과 함께 중단되었던 경의선과 동해선이 동족상잔의 비극이 서린 군사분계선(MDL)을 넘는다. 남북은 이날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경의선은 북측 개성역으로 동해선은 남측 제진역을 향해 동시에 출발한다.

행사당일 각 언론이 뽑은 제목은 이 행사를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갈등이 내재되어 있는지 짐작케 된다. 조선일보는 “5454억원 짜리 열차운행”이란 제목을 단 반면, 서울신문은 “56년만이 기적”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또 한겨레신문은 “열차 탄 남북관계 미국 서 속도제한”이란 타이틀을 달아 은근히 반미감정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 행사는 지난 10여 년간 이루어져 왔던 대북사업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간 우리나라 대북사업은 사업이 합의됐다 싶으면 사업계획과 사업목표 수준의 내용을 과다 포장해 열을 올려 홍보하는 특징이 있다. 한 건 했다는 생색내기라고나 할까.


나진 선봉지구 등 북한에 진출했던 기업은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으로 금방 대박이 날 것처럼 들떠 있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자 전 세계 관광객들이 다투어 명산 금강산을 찾을 것으로 착각했다. 6.15 정상회담이 열리자 곧 평화가 정착되고 김정일이 답방할 것처럼 난리법석이었다. 개성공단 사업이 발표되자 대다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성에 진출해 큰 흑자를 내고 많은 투자자들이 개성을 찾을 것이라며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에 진출한 대부분의 기업은 투자금 모두를 날리고 말았다. 금강산 관광은 국민의 혈세를 들여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지만 언제 중단될 지 외줄타기와 같다. 김정일의 답방은 무산된 지 오래고 한반도 평화의 자리에 북한의 핵이 들어서 버렸다.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북한은 언제 어떤 명목으로 또 다른 입장료를 요구할지 모른다.

통일부의 오버액션은 2.13 합의 이행시 우리가 지원할 중유 5만톤을 미리 사들여 20억원의 손해를 본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번의 경의선, 동해선 철도 시범운행을 두고도 똑같은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수천억원을 대가로 한차례 시범운행을 허락한 것을 두고 마치 통일이 된 것처럼 야단이다. “기적의 통일열차”, "56년만의 기적“, “통일의 철마”들과 같은 말들이 만들어져 또 다시 “가라 백두산으로, 오라 한라산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와 같은 얄팍한 민족 감정과 평화공세가 난무하고 있다.

 

수천억의 입장료를 받고 문 한번 열어준 것을 갖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해 부산에서 유럽까의 철의 실크로드가 곧바로 개통될 것처럼 야단인 것도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지극히 비정치적인 사안도 잊혀질 만 하면 한 건씩 성사시켜 실익을 챙기는 북한의 행태로 보아 철의 실크로드는 아마도 김정일 사후에나 가능함직한 일을 시범운행 한번 했다해서 과대 선전하는 것이야 말로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이번 열차 시범운행에 참여하게 될 탑승자의 명단을 보면 이번 행사도 일회성에 그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된다. 이재정, 백낙청, 강만길, 고은, 명계남, 이종석, 임동원, 한완상, 리영희 등이 탑승자 명단에 올라있다. 이들이 누구인가. 자의건 타의건 친북인사들로 거명되는 사람이다. 소위 조중동을 경멸하며 미국에 대해서 혐오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대했던 사람은 한사람도 포함되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포기된 완전한 북한식 스타일이다. 게다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 행사가 대선을 앞둔 정치적 이벤트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었다. 아마도 탑승자 명단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제1차적으로 결제하고 마지막에 김정일이 결제한 듯 싶다.


이렇듯 끼리만의 행사에 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며 몇몇 소영웅주의자들이 일방적인 짝사랑에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이 놀아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자 버시바우 미국 대사가 이재정 장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2.13 합의가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남북철도 연결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5,454억원이라고 한다. 우리 측 경의선 철도에 914억원, 동해선 철도에 1,143억원, 경의선 출입사무소(CIQ) 건립에 259억원 등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북측 구간 공사에 자재·장비를 지원한 것이 1523억원이며 수송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해 1809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번에 시험 운행하는 구간이 경의선 27.3㎞와 동해선 25.5㎞ 등 총 52.8㎞이므로 1㎞당 103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한 셈이다. 북한은 여기에다 일부 북측 역사(驛舍)와 신호통신 체계 마무리 작업에 필요한 자재·장비 지원과, 약 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동해선 북측 출입사무소 건립도 요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열차 시험운행을 이틀 앞둔 15일, 1,600억 상당의 쌀 40톤과 800억원 어치의 경공업 원자재를 북한에 보내기 위해 240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지출을 의결했다고 한다. 또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북한의 낡은 철도를 현대화”사업도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계획하고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수리하고 우리가 엄청난 입장료를 내고도 문 열쇠는 오직 김정일의 손에만 쥐어져 있는 이런 일은 이제 그만 하자. 통일부 장관이 바뀔 때 마다 마치 실적 경쟁이라도 하듯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일회성 행사의 반복에 국민들이 지쳐있다. "그러면 전쟁하자는 거냐“는 핑계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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