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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48: “北 주체사상은 추종자 1900만 명의 종교”(동아)

박상봉 박사 2007. 5. 12. 09:43
 

해설48: “北 주체사상은 추종자 1900만 명의 종교”(동아)


미국에 기반을 둔 인터넷 종교 관련 사이트 ‘애드히어런츠닷컴’(adherents.com)은 지난 7일 신도 수를 기준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이 세계 10대 종교에 랭크되었다고 밝혔다. 21억의 신도를 둔 기독교가 1위, 13억 신도의 이슬람교가 2위, 힌두교가 9억으로 4위이다. 그리고 이어서 불교가 3억 7,600만명으로 5위 그리고 신도 1,900만명인 주체사상이 10위라는 것이다.


주체사상이 과연 종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종교관련 사이트는 별도의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뒤 “주체사상 추종자들은 주체사상을 종교와는 무관한 통치철학이라고 설명하지만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주체사상은 분명히 종교”라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주체사상은 소비에트 시대의 공산주의와 중국의 마오이즘에 비해 훨씬 명백하게 종교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주체사상 선전자들은 인도 호주 유럽 일본 등에 주체사상 센터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 이외에 추종자 공동체가 설립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한 나라 내에만 존재하는 종교는 ‘세계 종교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체사상의 경우 추종자가 너무 많고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세계의 종교 현황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선정 이유를 공개하기도 했다.


주체사상이 단순히 통치철학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경험한 몇몇 사실로도 확인되고 있다.

첫째, 지난 부산 아시안 게임에 파견됐던 북한의 미녀응원단의 행태이다.

겉보기에 평범한 여성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들이 보여준 행동은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길거리에 걸린 플래카드 속 김정일 초상이 비 맞는 다고 우리 장군님을 비 맞게 할 수 없다며 품에 감싼 채 눈물을 흘리던 사건을 잊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여성의 외모와는 달리 교주님을 모시는 신도와 같은 행동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사람을 이렇게 만든 주체사상의 영향력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북한은 망자(亡者), 즉 죽은 사람이 아직도 통치하고 있다.

김일성의 유훈통치라는 말이 시사하듯이 아직도 북한에는 이미 유명을 달리한 영원한 수령 김일성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그가 앉았던 주석 자리는 아무도 대신하지 못한다. 북한주민들이 달고 다니는 김일성 빼지는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다. 북한을 다스리는 수호신과도 같이 오늘날도 북한 통치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3년 전인 1994년 7월8일 김일성은 사망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김일성 숭배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해마다 7월 8일이 되면 북한주민들은 1994년 그때처럼 눈물을 흘리며 만수대 동상에 헌화하고, 김일성을 참배한다. 김일성은 죽었지만 아직 살아있는 신과 같이 북한주민들의 영혼을 지배하고 있다. 반세기 우상화 작업의 결과다.


어버이 수령은 살아있어야 한다. 언제나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여주기 위해 주석궁을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새로 조성했다. 김일성은 이 궁전 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동양의 효(孝)와 ‘유훈’을 접목시킨 우상화 작업에 김정일은 해마다 10억 달러 이상을 낭비하고 있다. 권력을 세습한 김정일에게 어버이 없는 지옥과 같은 북한을 통치하기 역부족이다.


가정 마다 걸려있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소홀히 다루기라도 하면 반동이라는 낙인이 찍혀 중벌을 받게 된다. 경수로 건설 차 북한에 머물었던 남한의 기술자가 김정일 사진이 실린 신문을 찢다가 북측 근로자의 항의를 받았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이것은 북한 사회의 변화가 우리의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이 가정을 팽개치고 사이비 교주의 부르심에 감격하듯이 김일성주의에 중독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이어지는 주체의 가르침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귀신들린 자에게서 귀신을 꾸짖어 쫓아내듯이 북한 주민들에 머릿속에 각인된 김일성의 이미지를 쫓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김일성의 유훈이 얼마나 허구였는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주어야 한다. 김일성의 사회주의 낙원이 현실적으로 어떤 모습인가를 적나라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일의 말 한마디에 순종으로 일관하고 있는 남한 정치인들의 자세는 북한주민들을 해방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2001년 6월 15일 김영남의 초청장을 받고 방북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은 “김정일 장군을 알현하러온 미제의 꼭두각시” 쯤으로 북한주민들에게 선전되었음은 너무나 자명한 일일 것이다. 그들이 흔들어낸 꽃다발과 환호는 이를 맞아들이는 떠오르는 태양 김정일 장군을 향한 것임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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