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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45: 보리스 옐친이 지켜낸 역사의 수레바퀴

박상봉 박사 2007. 4. 26. 18:04

 해설45: 보리스 옐친이 지켜낸 역사의 수레바퀴

 

  2007년 4월 25일 오전 8시(모스크바 시간)에 모스크바 예수구원 성당에서 보리스 옐친(바리스 엘쯘) 초대 러시아 대통령의 장례식이 벌어졌다. 세계 각국에서는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 성명이 발표되고 있고, 러시아 국회와 국민들은 옐친에 대한 추모 묵념의 시간이 있었다. 그는 시대의 풍운아였으며 정치의 천재였다. 옐친은 1999년 12월 31일, 정계에서 은퇴한 바 있다.

 

80년대 후반, 고르비 이후 보다 강력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고르바초프에 이어 소련의 민주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3일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서방의 한 언론은 그에 대해 “남을 신뢰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며 짤막한 인물평을 붙여놓았다. 보리스 옐친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991년 8월 19일 이었습니다. 이 날은 1985년 고르바초프에 의해 시작된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라는 정치적 개혁과 경제적 개방정책이 정면으로 도전받던 날이었고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소비예트 연방이 해체되고 독립국가연합 결성을 하루 앞 둔 날이었다. 다음날인 91년 8월 20일은 구 소련을 탈퇴한 나라들 간 조약이 체결되어 새로운 대등한 형태의 연합이 태동되기로 했던 날이었다.


  이 날이 보리스 옐친에게는 기회의 날이었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던 공산보수세력에게는 저주의 날이 되었다.  이런 역사적인 날 과거 보수공산세력이 하나로 뭉쳐 국가비상위원회를 구성하고 고르바초프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KGB총책 블라디미르 크루츠코프, 내무장관 푸고, 국방장관 야소프, 그리고 파블로프 총리, 야나예프 부통령 등은 개혁과 개방 이후 추락해가는 국가의 위상과 경제적 어려움을 빌미로 민주개혁세력의 무능함을 알리고 그들을 제거하려는 쿠테타를 감행했던 것이다.


  휴일을 기해 중앙아시아 휴양지에 있던 고르바초프는 그곳에서 발이 묶였고 구테타 세력의 탱크들이 정부청사와 의회건물을 공격하고 포위해 버렸다. 하지만 시민들은 거리로 튀쳐나왔고 과거 어두웠던 공산사회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리스 옐친은 정부청사로 진격하는 탱크에 올라 메가폰을 손에 잡고 쿠테타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고르바초프의 귀환을 요구했다. 시민들이 환호했고 일부 병력들은 구테타 세력에 반대하며 탱크의 포구를 반대로 틀었다. 당시 옐친의 단호했던 행동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구테타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병력들도 그 다음 날이 되자 모두 시위대의 편으로 돌아섰고 쿠테타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렇듯 역사는 용기 있는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또한 역사는 시대적 흐름과 백성의 요구에 역행하는 자들을 단죄하고 말았다. 


  지난 1월 탈북자 1만명 시대가 열린 이래 탈북자는 물론이고 국군포로, 납북자에 대한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년 전 이탈리아에서 사라진 루마니아 여성 붐베아가 북한으로 납치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제 그 가족들이 붐베아가 남기고 간 아이들을 되돌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늘도 저 멀리 태국으로부터 탈북자 400여명이 한국행을 요구하며 단식을 감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단식을 풀지 않으면 북송시키겠다고 협박해도 막무가내라고 한다. 북송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절규는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페트릭 헨리의 아메리카 독립의 외침과도 같아 보인다.


  다투어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줄을 잇고 “내금강이 열리게 되었다”, “개성공단을 새롭게 분양한다”, 남북간에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열렸다고 하는 소식들이 아무리 크게 들려도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오는 것은 바로 이런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위장된 평화와 화해의 소식들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백성과 국민의 편에 선 사람이 결국 승리할 것임을 누누이 교훈하고 있다. 북한의 백성들은 기아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배고픔이 없는 나라에서 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동남아에서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 유리방황하고 있는 백성을 돌보지 못하고 독재자 김정일의 술수에 놀아나면서도 자신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온갖 현란한 수사로 미화하려는 사람들에게 보리스 옐친의 용기는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한다.


  악의 세력과 말을 맞추고 하나부터 열까지 끌려다니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김일성 시신에 참배하면서도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대북관계는 투명하고 정직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라는 개혁 개방 정책이 소련을 해체할 것이고 소련의 국력을 형편없이 추락시킬 것이라는 그럴듯한 명분도 결코 자유와 민주화 그리고 풍요로움을 원하는 백성들의 요구를 막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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