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나리오

남북통일의 비교우위(3) 예멘통일의 교훈

박상봉 박사 2007. 1. 19. 21:39
 

남북통일의 비교우위(3)


선구자의 길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는 길이다. 처음 가는 길이니만큼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후발자의 길은 선발대가 만들어 놓은 길과 장애들을 구분해서 갈 수 있는 길이다. 후발자로서 남북통일의 길은 희망의 길이다.


예멘통일의 교훈


남북예멘은 동서 해빙의 무드 속에서 지난 1990년 5월 전격적으로 통일에 합의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6개월만의 일이자, 독일이 공식적인 통일을 선언하기 보다 5개월 앞서 이루어졌다. 오랜 싸움과 화해, 수차례 통일논의 후의 합의였지만 통일 4년만에 남북예멘 권력자들 사이의 암투와 불신으로 또 다시 전쟁을 치르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던 북예멘에 의해 재통일되었다.

통일 이후 갈등과 반목이 확대되며 내전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예멘 통일은 잘못된 것이었고 구호만 번지르한 평화적 합의통일의 함정이 어디에 있는 지를 생각게 한다. 이제 예멘의 통일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도 문화와 역사적 배경이 틀리다며 무시한다면 후발자로서의 무책임이라는 역사적 비판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첫째, 감상적 합의통일의 위험성이다.

예멘 통일은 감상적인 합의통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교훈하고 있다. 당시 남북예멘의 지도자들이 통일협상에 있어서 큰 진전을 이룬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은 물론이고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경쟁적으로 추진했고 이와 함께 정치적으로도 민주적 가치와 자유가 전반적으로 확대되어 갔다.

헝가리가 사회주의 동맹국인 동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독의 요구에 따라 오스트리아 국경을 개방해 주었다. 냉전이 해체되며 중요시 되고 있는 인권, 자유와 같은 보편적 가치들이 새롭게 부각되었고 이런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독인들은 이 통로를 통해 서독으로 탈출했고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켰다.

분단국으로서 최우선 과제는 갈라진 민족을 통합하는 것이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한다. 하지만 통일의 기회만큼 중요한 것은 통일이 몰고올 후유증과 문제점을 극복해낼 수 있는 자신감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감도 없고 실력도 없는 애매모호한 통일지상주의는 국가와 민족을 퇴보시킬 뿐이다. 그만큼 통일은 합리적이고 냉철한 선택이 우선한다.


둘째, 독재정권, 무능한 정권은 통일협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예멘의 사례는 우리에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실력있는 민주적 정부라야 국가와 국민을 대표해 통일협상에 임할 자격이 있음을 교훈하고 있다. 왜냐하면 통일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독재정권, 무능한 정권이 통일의 당위성을 빌미로 감상적인 주고 받기식 통일협상으로는 곤란하다.

더욱이 자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한 남북 지도자들이 위기타개의 수단으로 통일을 카드로 선택하는 행위야말로 삼가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경우 북한의 세습독재정권과 지지율 10% 대에 불과한 남한의 현 정권은 통일협상의 자격도 상실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설사 통일 이후 권력에 대해 상호 이해와 합의 하에 배분되었다고 해도 이런 자격을 상실한 정권들의 합의는 곧 불신과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를 이어 권력을 장악한 김정일의 권력은 이미 정당성과 정통성을 상실했다. 오직 탄압, 감시, 폭력, 통제로만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권력은 나눈 권력을 결코 신뢰하지 못하는 법이다.


20세기 냉전을 끝내며 베트남, 예멘, 독일에게 통일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쥐어준 역사는 우리에게도 통일을 선사해 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이 시간이 우리의 통일을 희망으로 만들고 있다. 앞선 통일의 사례들을 연구하고 준비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한반도 통일이 다른 분단국의 통일에 비해 비교우위가 월등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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