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나리오

남북통일의 비교우위(2)

박상봉 박사 2007. 1. 17. 22:28
 

남북통일의 비교우위(2)


분단국 중 가장 성공적인 통일을 이루어낸 독일통일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연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분단의 역사적 배경도 다르고 문화적으로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어느 사이 우리의 통일논의 과정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듯하다. 무지의 소치이다.


개척자의 길은 힘들고 벅차다. 남이 어둠 속에서 더듬 더듬 갔던 길을 가는 것은 훨씬 쉽다. 막다른 골목이 어디고, 어디서 U턴을 해야하는지, P턴을 해야할 곳은 어딘지, 어디에 신호등이 있는지 등등 너무나 귀중한 정보를 챙길 수 있다.


헬무트 콜 통일총리가 많은 정책상 오류가 생기자 국민들에게 “역사상 이런 통일의 전례가 있었다면 나는 이러한 많은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하며 국민을 설득했던 사실에 겸허해야 한다.


KTX가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일본의 신간센을 연구하고 탄생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듯이 통일의 전례를 연구하는 데 문화와 역사가 다르니 불필요하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는 의도적으로 독일의 흡수통일을 왜곡 선전하려는 일부 인사들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흡수통일의 본질은 통일된 독일이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수용함을 의미하며 독일의 경우 이는 동독주민들이 선택하고 서독주민이 응답한 것이다.


독일통일을 가장 증오하는 나라는 북한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가 매년 발행하는 ‘조선중앙년감’ 1990년부터 93년까지의 판에는 독일통일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이 한 사례이다.

독일의 벤츠나 레오파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잘 달리는 법이다.


베트남 통일의 교훈


월남과 한국은 공통된 역사를 갖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중국의 지배권에 놓여있다 각각 일본과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중국의 주변부에 거주하면서 민족이 소멸되지 않고 생존한 것도 유사하다. 식민통치에서 해방되면서 남북으로 분단되어 북에는 공산정권 남에는 자유민주체제가 설립된 것도 공통된 점이다.

두 체제의 통일은 1975년 월맹이 부정 부패로 타락하고 분열된 월남을 무력으로 침공함으로 성사되었다. 이런 월맹 무력통일의 두 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덕과 윤리가 결여된 자본주의의 풍요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월맹에 비해 풍요로움을 누리던 월남은 경제적 성과가 드리운 긴 그늘을 관리하지 못했다. 갖은 자는 기득권을 통해 더 큰 부를 누리며 권력과 결탁해 방종과 쾌락주의의 늪에 빠져 들었다. 정치적 지도자들과 고위 관리 자녀들은 군대에 입대한 후 곧바로 유학을 떠나는 사이비 애국주의의 전형이었다.

이런 도덕적 불감증이야말로 모든 자본주의 사회의 아킬레스 건이다. 겉으로 애국, 애족을 외치고 속으로는 자신의 안위와 이기심을 도모하는 사이비 민족주의자,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이 건재한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둘째, 외세배격과 평화라는 구호는 공산주의자의 마지막 카드다.

헐벗고 굶주린 공산 월맹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남반부에 위치한 월남을 적화하는 길이다. 하지만 경제적, 군사적으로 월등한 월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사회를 나누고 분열시키는 일이 절실했다. 기득권의 득세, 지도층 인사들의 만성적인 부정․부패야말로 적들이 기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실제 월남의 정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곳곳에는 월맹의 스파이들이 암약하고 있었고 공산혁명세력인 베트콩들이 위장거주하고 있었다. 반 부정부패 시위를 주도하며 반전․반미를 선동해왔다. 종교인, 시민단체, 학생, 평화운동가, 인도주의자들은 부패로 얼룩진 티우 정권을 빌미로 월남 사회는 갈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무질서의 장이 되고 말았다. 결국 휴전협정이 체결되었고 미군 철수가 이루어졌다. 휴전협정을 체결한 키신저와 월맹의 레톡스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레톡스는 수상을 거부해 키신저만 수상하는 기이한 일도 일어났다. 레톡스의 음모가 엿보인 순간이었다.


미군은 월맹이 공격한다면 즉시 참전할 것이라는 약속을 남기고 철군을 시작했다. 수천억 달러를 들여 사들인 최신무기는 월남에 이양해 주었다. 그러나 “신발도 신지 못한 월맹군은 첨단무기로 무장한 월남군을 짓밟고 무력적화통일을 이루어냈다”. 미군의 참전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월맹의 생존은 월남의 언론계, 교육계, 시민단체들을 장악해 국민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는 일에 달려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월맹의 무차별 공격을 막기에는 내적으로 썩어버린 월남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현상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사이비 보수를 질타하고 합리적 진보, 건전한 보수가 어울려 만들어가는 진정한 애국세력이 없다면 한반도의 미래도 월남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30년 전 월남의 통일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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