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나리오

통일은 기회

박상봉 박사 2007. 1. 8. 11:44

통일은 기회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적 기회이다. 기회는 잡지 못하면 사라지는 법이다.

지난 수년 간 한국의 통일정책은 우리의 뇌리 속에서 통일에 대한 자신감을 사라지게 했다. 구더기(통일 부작용) 이야기만 확대해 진정 장맛에는 관심을 상실해 버렸다.


분단국의 통일

미소 냉전시대에는 4개의 분단국가가 있었다. 베트남, 예멘, 독일 그리고 한국이다.

냉전이 끝나자 역사는 지구 상에 귀중한 선물을 던져 주었다. 분단국에게 통일의 역사적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베트남에 이어 예멘이 통일되었고 영원히 모범적으로 평화공존 할 것 같았던 동서독도 분단을 마감했다.

서독 제4대 총리로 신 동방정책을 내걸었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는 통일이라는 선물이 주어지자 “Jetzt waechst zusammen, was zusammen gehoert" ”同生同居, 즉 함께 태어난 것이 이제야 함께 자라게 되었구나“라는 말로 통일의 감격을 표현했다. 시대의 흐름이 통일을 가져왔고 민족의 통합은 하나의 운명과도 같은 당위라는 의미이다.


머나먼 극동에 위치한 한반도지만 우리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현재 남북 사이에 냉전의 기운이 가셔지지 않았다고 해서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대세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탈(脫) 냉전을 선언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탈 냉전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서방세계와 공산권의 이념적 대립이 끝났다는 외형적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산권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체제전환이 시작되고 인권, 자유와 같은 인류보편적 가치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존중됨을 의미한다.


탈 냉전과 김정일

탈북자를 방치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며 세습권력에 집착하고 있는 북한은 21세기 탈 냉전 시대와는 공존할 수 없다. 인권이 유린되고 자유가 억압받는 북한은 시대착오적이다. 선군정치를 강조하며 핵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으며 결국 낙오자가 될 것이다.

남한도 인위적인 탈냉전을 강조하며 민족공조에 바탕을 둔 남북관계를 유도해 왔다. 대북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북한의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북한은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통제를 강화하고 세습권력의 체제수호를 위해 군사강국화의 길을 걸었다.


이런 의미에서 남한도 시대착오적이었고 국제사회의 흐름으로부터 멀어졌으며 통일이라는 국가적 아젠다는 국민의 뇌리에서 멀어져 갔다. 그저 막연히 북한을 안정시키고 남북이 협력해 통일을 이루어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핵을 둘러싸고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대립되는 것도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적 기회임을 말해준다. 기회는 잡는 것이고 잡지 못하면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된 북한이 우리의 뜻대로 통일을 이루려 할 것이며 주변국들이 이에 동의할 것인가 의문이다.


북한의 비밀친구들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이 현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서서히 추진해 가며 몰락의 위기에 처한 북한을 중국의 지배 하에 두려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평화를 명분으로 한 분단고착화로 귀결될 것이며 한반도 이북은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빌미로 평화헌법을 대체하고 군사강국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국가적 목표가 이루어지기 전에 북한이 몰락하는 것은 일본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역시 북핵 위기를 대테러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로서 유리하게 이용하려 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방조하고 있으며 미일 공맹을 강화해 대테러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남한도 예외가 아니다. 평화공존과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통한 통일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고 통일의 역사적 기회도 놓치고 있다. 통일은 해야하지만 지금은 안된다는 논리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이유들을 확대 선전하고 있다.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독일도 힘든 데 우리가 통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의 머리 속에 통일 불안감을 조장시키고 있다. - 지난 수년 간 한국의 통일정책은 우리의 뇌리 속에서 통일에 대한 자신감을 사라지게 했다. 구더기(통일부작용) 이야기만 확대해 진정 장맛에는 관심을 잃고만 형국이다. -


독일의 유력일간지 디 벨트(Die Welt)는 2006년 10월 26일자 “Nordkoreas heimliche Freunde" "북한의 비밀친구들”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김정일체제의 몰락을 바라지 않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의 의도를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국가들 중에는 남한도 속해있다고 쓰고있다.

역사가 가져다 줄 통일의 기회마저도 남한의 일부지도자들은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있다. 향후 50년 후만 내다보더라도 통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국가적 기회임을 쉽게 인식하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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