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통일과 현실

박상봉 박사 2006. 12. 18. 10:12
 

통일과 현실

- 불평등을 인정하는 시민의식


라이프치히 월요데모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동독인의 통일열기를 확인한 콜 연방총리는 서독인의 머리 속에만 머물고 있던 통일의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콜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서독주민들이 다가올 통일의 감격에 취했고 동독의 공산권력도 호네커가 망명하는 등 급격히 와해되었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가장 위험스러웠던 것은 통일열기에 취해 통일이 삶의 현실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라는 데에는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쿠르트 비덴코프(Kurt Biedenkopf)는 이 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했던 몇 안 되는 정치인 중에 하나였다. 보쿰 대학 교수와 총장을 역임한 비덴코프는 1973년 기민련(CDU) 사무총장에 선임되어 정치인 콜과 함께 당을 이끌어왔다.


콜과 비덴코프, 두 정치인이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게 된 것은 통일이 되면서 부터였다. 통일이 되자 동독 작센 주의 재건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990년 작센 주 총리에 선출된 비덴코프는 잇따라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비덴코프의 대표적인 주장은 통일정부가 실현불가능한 정책을 제시해 국민들의 환상을 부추기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동독국민들에게 수년 내에 서독에 버금가는 경제적 풍요로움이 가능하다는 산술적 약속보다는 동 서독간 벌어져 있는 경제 사회적 불평등을 인정하고 수용하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첫째, 동독 경제의 낙후성.

비덴코프는 일정한 내에 동독경제가 서독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약속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통일 후 10년 내에 동독경제가 서독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서독의 국민소득이 매년 1.5%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동독은 매년 16%의 성장률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독은 사회주의체제의 구조적 모순이 산재해 10%대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었다. 향후 20년이 경과해도 동독의 서독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둘째, 경제보다 우선해야 할 시민의식.

비덴코프의 두 번째 주장은 어차피 한세대가 흘러도 경제적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을 현실을 인정하고 경제 우선 정책과 못지 않게 시민의식을 계도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시민의식의 내용에는 반세기 폐쇄적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상대적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과 서독의 풍요로움은 그동안 서독주민들이 흘린 땀과 노력의 결과라는 인식이다.

불가능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포퓰리즘보다는 현실에 근거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일이 진정 동서독 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고 동서 갈등을 완화하는 어렵지만 유일한 방안이라는 주장이었다. 통일에 대비해야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덴코프는 2002년까지 12년 간 동독 작센 주의 총리로 일했다.

IUED

 

                 

 

◇ 비덴코프, 통일정부 내 야당이라는 별칭을 가진 그는 통일 후 12년간 동독 작센 주 총리로 동독 재건에 힘을 기울였다. 그는 동서독 간 격차는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갈등의 요인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해낼 과제인지의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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