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해설77: 언론의 힘

박상봉 박사 2008. 1. 15. 11:14

 해설77: 언론의 힘

 

                

 

Uwe Schmelter 괴테문화원장, 동아시아 담당 대표가 독일의 제1공영방송 ARD와 북한당국의 평양 괴테문화원 검열과 폐쇄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Schmelter 대표는 북한당국이 빠른 시일내에 문화원 검열을 중단하고 폐쇄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출처: Koelner Stadt Anzeiger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 언론과 휴대폰 등 통신에 대한 북한당국의 검열이 대폭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이미 3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평양 내 괴테 문화원에 대한 폐쇄조치(2007.6)는 최근 언론에 대한 북한 당국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독일 문화원(Goethe Institut) 내 열람실은 독일의 각종 신문, 잡지, 전자매체 등 다양한 소식지들을 비치하고 있었고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이 수시로 이곳을 이용했었다. 이런 열람실에 대한 당국의 폐쇄명령이 내려진 것이었다. 모든 신문 잡지들이 치워졌고 새로 배달된 것들은 독일 대사관에 임시로 보관되어져 있었다.


과거 동독은 독재권력 사회로 숨 막히는 사회였지만 그곳에서도 숨 쉬고 살아가는 한 가닥 길은 있는 법, 그 중 하나가 언론의 길이었다. 분단시절 동독인이 접할 수 있었던 서독 방송이 그것이었다. 당시 동서독 주민들은 상호 방송교류협약에 따라 상대방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고 동독인들은 서독 공영방송의 저녁 뉴스로부터 세상의 흐름을 읽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술적으로 서독 방송이 잡히지 않던 작센(Sachsen) 주 드레스덴(Dresden)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서독 공영방송인 ARD와 ZDF의 저녁 뉴스를 매일 저녁 시청해왔다.


서독 방송에 대한 동독주민의 신뢰가 높아지고 시청률이 급등하자 동독 공산정권은 고육지책으로 ‘Der Schwarze Kanal'(블랙채널)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에 대응하고자 안간 힘을 썼다. 블랙채널은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동독 공산당 내 강경분자였던 칼 에듀아드 폰 슈니츨러(Karl Eduard von Schnitzler)가 진행을 맡았다. 그는 통일 직후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 그의 해설은 차분하고 설득력이 있어 서독 내 좌파 사이에는 그의 팬이 적지 않았다.


블랙채널의 주요 테마는 서독에서 발생한 다양한 정치 사회적 현안들이었다. 이 현안들을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곁들여 해설해 주는 것이었고 그 내용은 대부분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편집되고 왜곡되었다. 본래 블랙채널은 서독 TV 시청이 금지된 동독의 여론주도층이었던 군 장교, 교사, 저널리스트들에게 서독에서 발생한 뉴스를 이념적 해설을 곁들여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소위 서독의 뉴스나 시사프로가 동독의 선동전략의 수단이요 적대계급에 대한 흑색선전(Propaganda)의 재료가 된 셈이었다.


동독은 블랙채널을 매주 월요일 저녁 서독 측 시청자를 겨냥해 송출했다. 서독 내 좌파를 단합시키고 사회 불만세력을 조장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에 대해 독일 방송 기록소는 슈니츨러가 서독의 방송내용과 영상을 교묘하게 편집해 내용을 왜곡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동독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블랙채널의 방송이 흑색선전임을 알았고 거짓투성이였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은 1960년 3월 21일 시작해서 동독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변혁기인 1989년 10월 30일에 종결되었다.


동독 주민들에게 또 하나 위안은 바바라 헤닝거(Barbara Henninger)의 시사만평이었다. 바바라는 1938년 구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경직된 사회주의 체제에서 성장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풍자감각과 저널리스트 기질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동독주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위로와 유머를 만평을 통해 전달했다. 바바라의 시사만평에 대한 호평은 동독 시절은 물론이고 통일 후에도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통일 후인 2003년과 2006년에도 그 녀는 독일 시사만평가상을 수상했다.


동독의 모든 예술적 표현들이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었듯이 바바라의 만평도 정치적 의미가 짙게 깔려있었다. 바바라는 늘 좌절과 욕구불만을 표출할 기회조차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해왔고 만평을 그려왔다. 사람들은 그녀의 만평 속에 숨겨진 내용을 암호를 해독하듯이 찾아내며 활력을 얻고 삶의 동기를 찾았다. 이렇듯 바바라에게 풍자는 독재 하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수단이었다.


이런 언론의 의미를 이해라도 하듯 최근 북한의 태도가 우려스럽다.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 언론과 휴대폰 등 통신에 대한 북한당국의 검열이 대폭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이미 3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평양 내 괴테 문화원에 대한 폐쇄조치는 최근 언론에 대한 북한 당국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독일 문화원(Goethe Institut) 내 열람실은 독일의 각종 신문, 잡지, 전자매체 등 다양한 소식지들을 비치하고 있었고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이 수시로 이곳을 이용했었다. 이런 열람실에 대한 당국의 폐쇄명령이 내려진 것이었다. 모든 신문 잡지들이 치워졌고 새로 배달된 것들은 독일 대사관에 임시로 보관되어져 있었다.


폐쇄명령에 대한 북한 측 이유는 북한인의 감정과 도덕적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겠다던 당초의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슈멜터(Schmelter) 동아시아 담당 괴테 문화원장은 이런 이유야 말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독일 외무부는 베를린 주재 북한 대표부에 괴테문화원 폐쇄조치를 풀고 원상복귀 시킬 것을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지식 정보화 시대를 역행하는 이런 조치로는 북한은 결코 정치적 경제적으로 회복될 수 없음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새 정부 대북정책의 또 하나의 딜레마 ? 일 것이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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