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사민당(SPD)의 블렉데이

박상봉 박사 2006. 9. 20. 09:26
 

사민당(SPD)의 블랙 데이

- 기민련의 승리로 드러난 유럽의회·독일 주의회 선거


2004년 6월 13일 독일은 두 종류의 선거를 치렀다. 하나는 7개 주(州) 의회선거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의회 선거였다. 두 선거 모두 당시 집권당이었던 사민당(SPD)이 참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독의 튀링겐 州 선거에서 기민련(CDU)이 또 다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주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기민련이 다수당이 되었다. 

반면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득표율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전 유럽의회 선거에서 30.7%의 득표율을 보였던 사민당은 당시 선거에서 21.4%를 얻어 무려 10%에 가까운 표를 잃었다.


자민당(FDP)은 지난 선거 득표율 3%의 침체에서 벗어나 6.1%의 득표율을 기록해 의회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독일 사회가 정치, 경제적으로 새로운 엔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유럽 전체에서도 보수적 성향의 정당이 732석 중 276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었고 독일의 사민당과 같은 중도진보 정당은 200석을 얻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포르투갈, 에스토니아, 말타에서 사민당 득표율이 우세한 반면 나머지 19개 국가는 기민련과 같은 보수당이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로서 새롭게 유럽연합에 가입하게 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헝가리,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 7개국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적 가치에 충실한 정당이 모두 승리한 것도 당시 선거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였다. 이 외에도 완전 자유를 주창하는 자민당과 같은 리버럴이 66석, 좌파연합이 39석, 녹색당이 42석,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27석을 차지했다.


같은 날 독일에서는 7개 주 의회선거가 있었다. 통일 전 서독에 속했던 바덴 뷔르템베르그(Baden-Wuerttemberg) 州, 라인란드-팔츠(Rheinland-Pfalz) 州, 자아란드(Saarland) 州와 동독의 작센(Sachsen) 州, 튀링겐(Thueringen) 州, 작센 안할트(Sachsen-Anhalt) 州, 메클렌부르그 포어폼머른(Mecklenburg-Vorpommern) 州 등 7개 주이다.

투표결과에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은 첫째, 현 연방집권당인 사민당의 표가 기민련, 녹색당, 자민련 등과 같은 정당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둘째, 동독에서는 구 동독 공산당 사회주의통일당(SED)의 후신인 민사당(PDS)이 기민련에 이어 사민당을 제치고 제2당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기민련은 전 지역에서 제1당이 되었고 최고 득표율은 46%로 라인란드 팔츠에서 기록했고 반대로 최저 득표율은 36.3%로 작센 안할트의 기록이었다.


특히 튀링겐 州의 경우 이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의석수 과반수를 획득해 단독정부를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슈뢰더 현 연방총리가 소속된 사민당의 득표율이 예나 지금이나 10% 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전 선거에서 사민당이 얻었던 18.5%의 득표율이 이번 선거에서는 4%가 하락한 14.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43%(의석수는 45석으로 총 88석의 과반수인 44석 보다 1석이 많음)를 얻은 기민련(CDU)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구동독 공산당 사회주의 통일당(SED)의 후신인 민사당(PDS)는 지난 선거 득표율보다 5%를 더 얻어 26.1%를 차지해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지난 98년 정권을 인수한 사민당·녹색당 정부의 동독 재건정책이 최근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어중간한 복지정책으로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UED

 

                       

 

◇ 2004년 6월 3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와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슈뢰더 연방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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