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고통의 터널은 희망의 전단계

박상봉 박사 2006. 9. 7. 10:11
 

고통의 터널은 희망의 전단계

- 통일조약에 경제지침서 담아


서독의 콜과 동독의 드메지어 총리가 서명한 통일조약 제1조 3항은 경제통합에 관한 규정으로 통일독일의 경제체제가 서독의 시장경제임을 선언한 조항이다. 시장경제의 본질을 의미하는 생산수단과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가 공식적으로 동독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능력, 창조성, 성취욕 등이 자유롭게 발휘될 수 있게 되었고 동독의 인민기업이나 콤비나트들은 서독의 회사법을 근거로 주식회사로 전환되어 갔다.

통일조약 제11조 2항은 동독에 시장의 기능을 중시하고 민간주도의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틀을 갖추어 나가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제11조 3항과 제13조 1항은 대외무역에 관한 규정으로 그동안 무역의 국가독점을 폐지하고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준수하며 자유로운 대외무역을 보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통일조약의 규정을 근거로 동서독 정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지침서를 마련해 통일전후 혼란했던 동독 기업인들의 행동기준을 마련해주었다.

▲민간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쟁을 보장한다 ▲경제활동에 대한 자유는 침해되지 않는다 ▲기업은 생산, 구매, 공급, 투자, 노동, 가격, 이윤활용 등과 같은 결정에 있어서 국가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유업이나 민간기업이 국영기업이나 조합에 비해 차별받지 않는다 ▲기업은 상품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한다 ▲경제활동을 위한 영업활동, 토지나 생산수단의 취득과 이용은 통제받지 않는다 ▲국가 소유의 기업활동도 경제성의 원칙을 준수한다. ▲국가소유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 내에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며 가능한 한 민간소유로 이전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을 없앤다.

이런 당연한 조치들이 동독인들에게는 생소한 것이었고 이런 조치들의 결과는 구조조정, 기업의 합리화, 경쟁과 같은 것들이었고 실직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통일과 함께 모두가 풍요롭게 살 것을 기대했던 동독인들은 실의에 빠졌고 자유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을 비롯한 좌파정당은 정부의 실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겼다. 통일의 성패는 경제적 성과에 달려 있다. 사회주의경제의 만성적인 적자와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의지가 요구된다. 통일 후 동독이 겪었던 어려움 만큼 북한의 경제재건도 뼈를 깎는 고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주체사상의 붕괴로 인한 심리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노동자에게는 더 높은 노동생산성과 책임감이 부과될 것이고 권력에 안주했던 고위직 당원들을 기득권을 포기하고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과 불만은 새로 탄생하게 될 노동자, 상인, 투자자, 기업인, 금융인들의 풍요로움과 희망의 크기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고통의 터널은 피할 수 없다. 누군가가 자신은 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지 않고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포퓰리스트요, 정치적 이상주의자다.

IUED

 

       

 

◇1990년 7월 1일 발효된 동서독 간 경제통합 조약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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