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동구권의 인권 릴레이

박상봉 박사 2006. 9. 3. 08:00
 

동구권의 인권 릴레이

- 인권헌장의 존재만으로도 희망이다


소련과 동유럽에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치던 80년대 중반 동독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중 하나가 1986년 몇몇 평화운동가와 주로 여성들이 중심이 된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모임(평인모)이다. 평인모는 교회의 울타리를 떠나 활동했던 동독 내 주요 반체제 모임 중 하나로 ‘국경철폐(Grenzfall)’라고 하는 간행물을 만들어 동독 공산당의 실정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평인모는 1977년 1월 1일을 기해 하벨 등 체코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방에 선언한 ‘인권헌장 77’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고 87년 ‘인권헌장 77’ 10주기를 기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우리에게 헌장의 존재와 동유럽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인권운동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희망이요, 희망의 싹”이라는 인식과 함께 인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비밀외교의 대상도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이런 가운데 1989년 3월 11일 평화와인권을지키는모임은 베를린에서 인권과 시민운동을 전국적인 대중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궐기대회를 가졌다. 향후 전국적 대중운동을 협력과 조직을 위한 궐기대회를 치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향후 운동목표로 정하고 협력과 조직체계를 마련해나갔다.

1. 평화와 인권은 상호 분리되지 않는다. 양자는 서로 분리되어 취급될 수 없다.

2. 평화는 정치인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민의 참여로 가능하다.

3. 동독 내 군복무 대체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입대거부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4. 평인모는 폭력을 거부하고 불만, 모멸, 인권침해의 모든 사회적 현상에 시민의 용기로 비폭력적으로 저항한다.

5. 평인모는 모든 권위적 구조와 힘의 지배 그리고 소수자의 차별대우에 반대하며 파시스트적 주장과 인종차별적 언행을 근원부터 반드시 뿌리뽑기를 원한다.

6. 인권은 분리될 수 없다. 사회적 권리를 이유로 정치적 권리가 침해될 수도 없고 반대의 경우도 불가하다.

7. 법치주의와 정치적 권력분립이 없이는 인권은 보호될 수 없다.

8. 기본권은 국가의 통제 대상이 아니다.

9. 평인모는 현존하는 다양한 의견과 관심을 배려한다. 자유롭게 정보를 접하고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여론을 조성한다.

10. 민주주의 발전은 특정 신분, 계층, 집단이나 정당에 대리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동독에는 당, 국가, 사회의 분리가 절실하다.

11. 평인모는 지방분권과 자율적인 사회구조를 찬성한다.

12. 경제발전은 사회적 통합과 자연환경의 보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평인모는 친생태적 정책을 지지하며 미래 세대와 제3세계 민족에게 피해를 주는 모든 기술을 반대한다.

13. 정신문화적 생활의 다양성과 독립성은 인간문명의 기본요소다. 따라서 평인모는 예술, 학문과 교육의 문화적 영역에 대한 개방이 시급하다.

14.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의 완전한 실현은 특히 여성, 아동, 노약자,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동독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종, 국적 등 소수자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므로 이루어진다.

15. 평인모는 인권을 침해당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받는 자들과 연대한다. 국제인권단체들과의 접촉과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16. 평인모의 사업은 유럽사회 전체에 싹트고 있는 평화, 정의, 사회적이고 친생태적 질서 속에서 동독의 민주주의와 자율성의 발전에 기여한다.

북한의 인권을 두고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다. 유엔인권위의 대북결의안이 그것이다. 특별보고관이 임명되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다. 북한판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탄생도 시간문제다.

IUED

 

                  

 

◇1986년 동유럽 국가들의 개혁개방에 맞춰 탄생한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모임’ 멤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