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사유화와 고려사항

박상봉 박사 2006. 3. 14. 08:12
 

체제전환의 핵심으로서의 사유화4

사유화와 고려사항


실질적인 체제전환을 의미하는 사유화 작업은 어떠한 사항들을 고려해 추진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동독의 사유화 작업과 관련해 나타났던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이 기대이상의 파장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사유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독일의 학자들 사이에 거론되어 왔다.


1) 회사관리의 효율성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붕괴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가 논의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내용은 비효율적 생산구조로 인한 생산성의 저하, 만성적인 소비재 부족, 기술수준의 낙후성 등이다. 이러한 사회주의 특징의 본질은 국가의 재산제도에서 찾아야 한다. 사유재산을 불허한 체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효율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기업인은 상부로부터 하달된 계획량에 큰 비중을 두게 될 뿐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경제적 의미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사유화 전략과 함께 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욕적이고 책임감있는 기업인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민족에게 통일을 위임해 준 러시아에 대해 독일이 베푼 여러 가지 지원책 중에서 시장경제에 익숙한 메니저를 양성하는 교육훈련 사업이 포함되어 있던 사실도 이런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2) 사유화에 대한 시간적 배려


사유화와 함께 고려해야할 두 번째 사항은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것은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것이 낫다’는 의미와 상통된다. 사유화 작업이 동반할 부작용으로 인민재산에 대한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물론 사유화와 관련해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일시적인 대량실업이 불가피하다. 사유화된 기업은 합리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뜻하지 않은 구조조정으로 많은 서민들이 실직을 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과 안타까움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또 다시 망각한다면 사유화 작업의 취지는 훼손되고 말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기존 공산집단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힘의 결집이 일반대중들의 불만을 부추기게 되는 현상도 동독의 사유화 과정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대다수 기업들의 간부들이 당의 기득권 층이라고 볼 수 있고 사유화 작업이 추진될 경우 이들은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사유화라는 개념 속에는 기업을 민간에게 이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대한 정리, 회복 가능한 기업에 대한 구제조치 등도 포함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사유화는 이러한 3가지 선택 중 한가지를 분명히 하고 그와 관련된 조치들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내용이다.

체제개혁을 추진해오고 있는 러시아나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대부분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국민들의 개혁의지는 퇴색하고 있는 현상을 보게된다. 물론 동독의 체제전환을 주도하는 서독과 같은 막강한 세력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일차적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마는 이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겪고 있는 빈곤의 악순환은 체제전환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우선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입장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청산계정 방식의 무역관행을 철폐 및 대외무역의 자유화를 의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품에 대한 자유로운 가격결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경제적 제도를 정착해 가는 과정에 있어서 정부는 통화의 팽창을 억제하고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체제전환이 달성되기 어렵다.


정부의 긴축조치는 국민소득의 감소를 불러오고 임금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위한 압력을 가하며 사회불안을 주도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사회주의에 익숙한 기업의 메니저들이나 선거를 의식하는 정치인들도 문제에 대한 국민경제적 판단보다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받아들이려는 인기영합주의에 빠지기 쉽다. 이것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상벌 규정에 익숙한 국영기업의 메니저들의 관행을 쉽게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주의 경제 하에서 길러진 기업의 독점적 구조가 임금인상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고 또한 이를 어려움 없이 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연속적 발생으로 체제전환의 속도는 정지하게 되고 ‘임금인상 - 물가앙등 - 체제불안’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고 구 사회주의 체제로의 환원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초기의 어려움이 크다해도 서둘러 사유화를 매듭짓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조속히 경쟁체제를 마련하고 책임있는 기업관리의 토대 위에 기업을 정상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 속에서 사유화에 대한 시간적 개념은 아주 중요한 사유화의 조건이라고 판단된다.


3) 사회적 수용성


사유화 과정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은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적 수용여부이다. 이미 독일통일 과정에서 보았듯이 비효율적 사회주의 체제를 전환하는 작업 속에는 여러 가지 부족현상에 시달려온 인민들에게 풍요의 선물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당위가 포함되어 있다.

서독 자본주의의 풍요로운 삶을 막연하게 동경해 온 동독인들로서는 통일과 함께 자유와 풍요를 연상하게 되며 이런 막연한 환상이 구체적인 통일작업과 동시에 깨져나가는 현실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은 동독 주민들에게 심리적 불안을 불러왔고 사유화가 추진되며 나타났던 대량실업과 맞물리며 통일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이런 경험 속에서 체제전환의 핵심작업으로서의 사유화도 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속도와 깊이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대(對) 주민홍보에 심혈을 기울여 사유화를 비롯한 개혁의 과제들이 가능한 한 국민의 거부감을 배제하며 추진되어야 한다. 사유화를 추진하며 나타나는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에 대한 성격과 예방 및 해결책을 가능한 한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이러한 갈등들을 해결해 가고 있는 독일의 사례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독일이 취한 정책들을 세심히 연구 검토해야 한다. 오늘날 구 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전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으로 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못하는 상황을 볼 때 이런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배려는 사유화 전략과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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