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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선언과 북한의 비료50만톤 지원의 건

박상봉 박사 2005. 10. 7. 22:35
 

2.10 핵보유선언과 북한의 비료 50만톤 요청의 건


북한이 요청한 비료 50만t 지원에 대해 우리사회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조건없는 지원을 보내야 한다는 인도주의와 민족애, 이를 빌미로 더 많은 외부지원을 받아내려는 김정일 정권의 이중적 태도가 우리사회의 고민이다. 물론 이런 고민은 이번 비료지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용천역 사고에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포함한 대다수 대북교류사업의 핵심에도 이런 양립된 기준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사회는 이 두가지 잣대에서 비롯되는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는 인색했다. 상대방을 폄하하고 적대시하는 일방주의가 난무했고 이런 가운데 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일방적으로 요구한 비료 50만t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2.10 핵보유 공개선언과 맞물려 그 처리에 국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이 쏠려있다. 6개국의 틀 속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했던 미, 중, 일, 러는 물론이고 유럽 등 국제사회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라크 전쟁으로 악화되었던 독일, 프랑스와의 화해무드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의 평화무드라는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미국의 라이스 신임국무장관의 노력에 일격을 가한 “외교적 핵공격”이라는 시각이다.

이 선언은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를 한반도에 집중시키고 있고 우리 사회에 흐르고 있는 미묘한 近中遠美의 분위기와 함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 이제 더 이상 사회내부의 대립과 갈등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단기안적 시각과 성급한 성과주의로 오랜 친구도 잃고 평화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국내외 정세를 냉정하게 분석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감상주의를 경계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50만t의 비료지원은 일방적으로 북한의 요구에 따를 수 없다. 남북대화와 연계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반대다. 그 이유는 다음의 다섯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째, 비료지원이 인도주의에 따른 것이라면 인도적인 반대급부를 요구해야 한다.

즉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납북자들과 국군포로의 생사여부와 그 후속조치에 성의있게 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기 쉽다.

우리나라 대북정책의 가장 큰 실책은 남남갈등을 방치해온 것이다. 6자회담을 조롱이라도 하듯 내뱉은 북핵보유선언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요구에 아무런 대응없이 응한다는 것은 정책부재에 기인한 것이요, 근거없는 낙관론의 답습이다.

셋째, 한미일 공조에 문제가 발생한다.

부시 정부의 핵심이기도 한 신안보전략의 핵심에는 북한과 같은 독재정권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소유하는 것과 이를 제3국에 밀매하는 일을 차단하는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이런 부시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다. 반세기 동맹국들의 핵심안보전략을 외면하여 얻을 것이 무엇이며 이 공백을 누가 대신한다는 말인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북한에 무조건 주면 변할 것이라는 우리정부의 낙관론적인 생각 자체가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넷째, 비료 50만t은 규모가 너무 크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도 우리정부가 지원해왔던 비료 지원규모가 년 30만t이었다. 한편으로는 으름짱을 놓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원규모를 근 2배로 요구하며 국제사회에 민족공조를 과시하는 듯한 전술에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인도주의만 되풀이하는 것이야말로 궁색한 변명이다. 50만t에 대한 지원경비는 운반비 포함해서 대략 2천억원에 육박한다.

다섯째, 김정일정권에 대한 국제적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진다.

지난해 국제언론들은 용천역사고 지원품의 전용을 지적하고 북한정권의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경계했다. 그런데 아무런 조건도 없이 대량의 비료지원을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제 독일의 데어 슈피겔(05.2.14)은 김정일에 대한 호칭을 하나도 늘였다. 독재자에서 미치광이 독재자라고 수식어 하나를 더 붙여주었다.

그동안 모든 협상에서 북한의 요구에 즉각적인 제동한번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우리정부였음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사회의 대북채널(공공기관, 민간단체포함)이 북한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결정적인 약점을 잡힌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늘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인다. 우리사회는 이런 계층들에 대해 침묵하며 인도주의요, 애국이요, 민족애를 부르짖는다. 모두가 돕자고 떠들어야 개혁과 진보에 속하는 것 같다. 그 뒤에 숨겨진 이들의 실체에는 눈을 감고 만다. 어떻게 도와야하는지, 용천역 지원물품들이 암시장에서 나도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관심하다.

이미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김정일의 남은 전술은 국제적 반미주의에 편승해 남한과의 민족공조를 부추겨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남한이 발목을 잡는 한 미국이 일방적으로 김정일을 제거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김정일은 정확히 알고 있다. 

                                                                                                                     I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