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패러다임과 북한재건

독일통일의 교훈: 통일의 종착지는 성공적 경제통합

박상봉 박사 2017. 5. 17. 19:07

독일통일의 교훈:

통일의 종착지는 성공적 경제통합

 


- 공짜로 버터빵을 먹을 수 없다, 비르기트 브로이엘 -


독일통일이 주는 두 가지 교훈은 통일의 역사성과 현실성이다. 전자(前者)는 분단을 종결된 상황이 아니라 분단극복(통일)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다른 한편 후자(後者)는 통일에 대한 감상주의를 경계하며 진정한 통일은 많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후에나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통일의 역사성은 생전에 예상치 못한 통일을 맞으며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감격에 겨워 묘사한 “Jetzt wächst zusammen, was zusammen gehört”라는 명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문구에는 깊은 민족애와 함께 분단은 반드시 종결된다는 역사적 당위가 깊이 묻어나 있다. 굳이 번역한다면 영어로는 “Now it grows together, what was born together”이다.

통일의 현실성은 동독 경제재건을 위해 설립한 트로이한트의 2대 대표였던 비르기트 브로이엘의 철학이었던 “Es gibt kein Butterbrot umsonst”라는 명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또한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공짜로 버터 빵은 얻을 수 없다로 번역할 수 있다. 이 말에는 통일이 진정한 통일, 성공한 통일이 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과제가 얼마나 큰 것인지가 함축되어 있다.

트로이한트의 초대 대표였던 데트레프 카르스텐 로베더가 동독 공산당의 후원을 받던 적군파(RAF)에 의해 암살된 것도 이 과제가 얼마나 힘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것이 통일과 함께 감당해야할 과제를 역사적 과제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분단이 냉전의 산물이었다고 한다면 냉전이 종결된 21세기에 드러날 역사적 산물은 통일이다.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동서독 통일이 가능했던 것의 본질은 바로 이런 통일의 역사성 때문이다.

남북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는 또 하나의 분단의 상징이다. 베를린 장벽이 철거된 것같이 비무장지대의 해체도 머지 않았다. 이것이 역사적 순리이며 통일의 역사성이다. 한반도에서 일고 있는 대량탈북이 이를 예고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역사에 대한 역행이자 냉전의 고착화를 넘어 적화통일을 꿈꾸는 김정은 세습독재자의 몸부림에 불과하다.

이런 역사성 속에 우리의 통일정책과 통일외교의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가올 통일을 성공적인 통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독일통일은 역사가 우리에게 준 기회이다. 독일통일은 이념적으로 대립된 두 체제가 성공적으로 통합된 역사상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 핵심이다. 독일의 사례를 잘 연구해 남북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독일은 통일 후 많은 시행착오를 감당해야 했다. 다행히 독일인은 이를 잘 극복해 강력한 독일을 이루고 있다.


통일 총리 콜을 비롯한 독일의 정치인들은 기대 밖의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은 냉전의 두 체제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된 전례가 없어 학습할 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대한민국의 경우 이제 이런 이유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통일은 성공적인 남북한 경제통합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정치적 통일은 이루었으나 통일된 사회에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실업자가 넘쳐나며 국민소득은 후진국 수준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통일의 최종 목표는 성공적인 경제통합이다. 이를 위해 통일된 사회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해야 함은 최소한의 조건이다.

경제통합의 핵심은 재산의 공동소유라는 명목 하에 공산당이 독점하고 있는 인민재산을 대중에게 환원해 시장경제 체제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있다. 독일에서 이 일을 담당했던 기관이 바로 트로이한트였다. 통일 후 트로이한트는 동독 내 모든 재산(부동산, 기업) 등을 관할하고 이 재산들을 적당한 투자자들을 찾아내 판매하는 일을 담당했다. 무엇보다도 동독에 존재하고 있던 85백여개의 기업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일은 이 기업의 주된 업무였다. 따라서 트로이한트의 성과, 문제점, 시행착오들을 정확히 연구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시급한 통일 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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