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패러다임과 북한재건

통일과 제2의 과도단계

박상봉 박사 2017. 5. 2. 15:55

통일과 제2의 과도단계


트로이한트, 동독 재산의 사유화 담당기관


북한 급변사태와 함께 설정했던 과도단계는 북한에 민주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최종목표였다. 민주적 절차를 거치며 탄생한 정부가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을 대변하고 우리의 통일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제1의 과도단계라고 한다면 통일 직후 두 번째 과도단계가 필요하다.

2과도단계의 목표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체제와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흔히 남북 간 통합을 먼저 이루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통합, 통일론이다.

하지만 체제가 상이한 국가들 사이에는 그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사는 교훈하고 있다. 과거 햇볕정책을 근간으로 추진했던 각종 경제 교류는 어떤 통합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 독재 정권이 핵무기나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진영 의원은 2011년 통일부와 수출입은행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지원금의 규모가 8조원이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 피격사건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로 남북교류가 거의 없었던 이명박 정부 때에도 2천억이상의 대북지원이 이루어졌다.


독재 정권을 통일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통일을 전제로 한 통합을 만들어간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비효율적이다. 분단 시절 서독이 동독에 지원했던 프로그램들은 통합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다. 분단으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자유민주주의 체제 정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자유선거로 탄생한 동독 최초의 민주적 정부를 밑받침하기 위한 행정 시스템 수립이었다. 이 일을 위해 서독 정부는 공무원을 선발해 파견하는 한편, 퇴직한 공무원들을 동독으로 보내 민주 사회가 갖춰야할 행정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했다.

시장경제체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동독 인민재산을 신속하게 사유화해야 했다. 사유화 담당 기관인 트로이한트(신탁관리청)를 설립해 당과 국가에 소속된 토지, 부동산, 농지, 임야는 물론 8,500여개의 사회주의 기업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일에 박차를 가했다. 무엇보다 사유화는 공산 권력에 대한 최후의 일격이었다. 당이 인민재산이라는 이름하에 관리하고 있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한 권력에 대한 야욕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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