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사드논쟁2
본 글은 필자가 2017.4.21일자 미래한국 인터넷판에 게재한 바 있다.
* 30년전, 나토 이중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이 결의안이 없었다면 평화운동도 없었고
녹색당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소비에트 연방도 여전히 건재했을 것이다, - 헬무트 휀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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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 서독은 소련제 핵미사일 SS-20의 배치로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독일판 사드 논쟁이었다. 논쟁은 1979년 12월 12일, 나토가 슈미트 총리의 제안에 따라 이중결의안을 채택하며 촉발되었다.
‘나토 이중결의안’은 “소련이 동유럽에 현대화된 핵미사일 SS-20을 확대 배치하려면 나토와 협상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서유럽은 미국의 핵미사일 퍼싱 II와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소련은 최신예 핵미사일 SS-20을 동독 및 동유럽 전역에 확대 배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토 이중결의안은 세계적인 사회운동이었던 ‘평화운동’과 정면 충돌했고 서독 정치권에서도 녹색당이 결성되는 등 군비 확장과 반전 운동이 거셌다. 심지어 사민당 내에서도 반 슈미트 그룹이 형성되기도 했다.
1981년 6월 20일, 함부르크 개신교의 날 행사가 열렸다. 8만여 명의 군중이 결집해 전쟁반대, 핵미사일 배치반대를 외쳤다. 참가자 중에는 교사, 언론인은 물론 전역 군인들도 있었다.
1981년 10월 10일에는 수도 본에 전후 최대의 평화운동이 열렸다. 전국에서 버스 3000대, 41편의 특별열차가 동원되었다. 기독교인, 평화운동가, 노조, 사회주의자, 학생, 청년 등 30만 명이 집결했다. 슈미트의 결정을 비난하며 ‘평화는 무기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쳤다.
‘평화운동’에는 좌우 구분이 없었다. 동독의 자칭 평화운동과의 연합도 이뤄졌다. 그 해 12월, 동베를린의 한 호텔에 동서독 평화운동가들이 모였다. 동독과 서독의 작가 100명을 비롯해 예술인, 학자 등이 만남을 갖고 ‘평화’, ‘군비축소’, ‘반전’을 의제로 공동전선을 폈다. 이른 바 ‘베를린 만남’(Berliner Begegnung)이었다. 이념으로 무장된 ‘평화운동’에 다름이 아니었다. 이 시기는 서독에서 좌파 무장단체인 ‘적군파’의 암약도 거셌던 때였다.
1983년 10월 22일 평화운동에는 전국에서 150만 명이 집결해 미국산 퍼싱 II와 크루즈 미사일의 서독 및 유럽 배치를 강력 반대했다. 109km에 달하는 인간 띠가 이어지기도 했다. 사민당 내 평화주의자 오스카 라퐁텐, 에곤 바와 같은 정치인들이 연단에 올라 슈미트를 규탄했다.
이런 국내외의 평화 공세로 서독은 소련과 7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타협에 나섰다. 하지만 SS-20은 동독에 배치되었고 신임 헬무트 콜 총리는 미국제 퍼싱 II와 크루즈 미사일을 서독에 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연방하원은 1983년 11월 22일, 찬성 286, 반대 225로 이를 승인했다. 대화론자 에곤 바는 ‘왜곡된 사고의 상징’이 빚어낸 참사라며 콜이 “전쟁 상황을 조장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러한 평화 코스프레에 대해 독일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디차이트(Die Zeit)는 2009년 12월 12일 "나토 이중결의안이 없었다면 소비에트 연방은 여전히 건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해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행사에 콜 총리는 “나토 이중결의안이 없었다면 1989년 베를린 장벽이 해체되지도, 1990년 독일통일도 없었을 것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지도자의 결정이 역사를 바꾼 사례다.
2017년 봄, 서독에서 40년 전에 있었던 장면이 대한민국에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더욱이 미북 대치는 탄핵 후 탄생할 정권에 따라 어떻게 전개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동맹과 한 편이 되어 김정은의 버릇을 고칠 것인가?, 아니면 시누이 코스프레를 재연할 것인가?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과연 이 안보 위기를 헤쳐 갈 한국판 헬무트 콜은 누가될지, 과연 나타날 수는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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