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패러다임과 북한재건

메르켈(Angela Merkel)과 가우크(Joachim Gauck):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적 리더로

박상봉 박사 2017. 3. 27. 11:41

메르켈(Angela Merkel)과 가우크(Joachim Gauck):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적 리더로

 

동독 무혈혁명을 이끈 시민운동가들은 통일 과정에서 정치 지도자로 변신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은 1954717일 우리나라 제헌절에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신학자였던 부친은 메르켈 출생 직후 동독으로 이주 브란덴부르크 주 한 마을에서 목사가 되었다. 물리학을 전공한 메르켈은 1989년 동독 무혈혁명 당시 민주봉기라는 시민단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기민련 총재이자 총리였던 헬무트 콜은 메르켈의 정계 진출을 도와 주었다.

메르켈은 통일 직후인 1990122일 독일 전역에서 실시한 연방 하원 총선에 입후보해 당선되었고 콜의 4기 내각(1991~1994)에서 여성 청소년부 장관, 5기 내각(1994~1998)에서는 환경부 장관을 지내며 콜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1998년에는 기민련 사무총장에 선임되어 정치적 역량을 축적했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던 메르켈은 1999년 콜 총리가 퇴임 직후 정당기부금법에 저촉되어 조사를 받게 되자 콜의 탈당을 요구하며 독자 세력을 구축해 나갔다. 양아버지로 여겼던 콜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메르켈의 정치적 리더십을 인정한 당은 20004월 당 대표에 출마한 메르켈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치러진 연방선거에서 사민당에게 패배해 정권을 물려주고 2005년 연방총리로 선출될 때까지 야당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다. 연방총리로 선출된 후 메르켈은 대내적으로는 동독 재건, 대외적으로는 유럽통합을 이끌며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2009년 연임에 이어 20133선에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역시 1989년 동독 무혈혁명을 이끌던 인물이었다. 목사였던 가우크는 1989년 뉴포럼에 참여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고 19906월에는 슈타지 해체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통일 후에는 콜 총리의 부름을 받아 슈타지 문서관리청(일명 가우크청) 대표로 선임되어 동독 시절 슈타지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고 관리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는 2008년 연방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낙마하고 2012318일 재도전해 제11대 연방 대통령에 선출되어 지금까지 독일을 정치적으로 대표하고 있다.

통일된 독일의 하원의장을 지냈던 볼프강 티에르제는 동독 튀링겐 주에서 출생하고 성장했다. 훔볼트 대학에서 독문학과 문화학 석사학위를 받은 티에르제는 대학 연구소에서 활동하다 문화부로 이직했다. 문화부에서 일하던 티에르제는 1975년 동독 반체제 인사 비어만의 시민권 박탈에 서명하라는 당의 지시를 거부해 퇴직해야 했다. 동독 무혈혁명 때에는 뉴포럼에 참여해 활동하다 동독 사민당에 입당해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199069일에는 동독 사민당 대표로 선출되었고 통일 후 동서독 사민당 통합 전당대회에서 부총재로 선출되었다. 티에르제는 1998~2005년 연방하원의장, 2005~2013년 부의장으로 활동했다.

만프레드 슈톨페는 동독 개신교 장로로 정치범들을 돕고 서독으로 이주시키는 활동을 하다 통일 후 동독 브란덴부르크 주 지사로 선출된 인물이다. 동독 시절 슈톨페는 동독 개신교 연맹 사무총장과 부총재로 활동했고 1990년 통일 후 브란덴부르크 주지사에 당선되어 2002년까지 활동했다. 2002~2005년에는 사민당 슈뢰더 연방정부 하에서 연방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이외에도 1990318일 동독 최초 자유선거를 통해 총리로 선출된 로타 드메지어, 현재 슈타지 문서관리청장인 마리안네 비어틀레 등이 동독 출신 시민운동가로 통일독일을 이끌고 있는 인물들이다.

동독 변호사 출신인 로타 드메지어는 동독 마지막 총리가 되었고 통일 직후 콜 내각 특임 장관을 지내다 동독시절 슈타지 비밀 요원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밝혀져 정치를 떠나야 했다.

이와 같이 통일 후 독일은 동독 무혈혁명을 이루어낸 시민운동가들을 키워 정치 무대에 데뷔시켰다. 다른 한편 이것이 독일의 저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통일 후 오시즈-베시즈 하며 동서 갈등과 같은 부작용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동독을 중심으로 독일에 불고 있는 좌파당(Die Linke)의 약진은 통일 후 지역감정의 골이 얼마나 크고 공산 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강력하게 항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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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크 대통령은 2017년 3월 18일자로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슈타인마이어가 차기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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