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패러다임과 북한재건

대한민국 통일환경(2016)

박상봉 박사 2017. 2. 23. 17:31

I부 통일환경

 


 

I.

대한민국 통일환경(2016)

 

우리의 현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기적의 역사이다. 해방 당시 우리는 미국의 경제원조에 빌붙어 사는 최빈국에 불과했다. 더욱이 1950년 전쟁을 겪으며 국민소득은 194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48달러로 아프리카 이디오피아 수준의 가난한 나라였다. 이런 가난한 나라가 이승만의 개혁과 박정희의 경제개발을 거치며 수출강국의 기반을 닦았다. 포항제철을 만들고 조선업, 석유화학 등 각종 중화학공업을 육성해 2000년대 한국경제를 견인했던 것도 박정희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제학에 개발독재라는 개념이 생겨 후진국 개발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것도 이런 대한민국의 기적과 같은 산업화 때문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반공을 국시로 채택해 이념갈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모든 정치적 역량을 경제개발에 집중시켰다. 경제개발에 대한 박정희의 집념은 백영훈의 아우토반에 뿌린 눈물에 잘 드러나 있다. 경제개발을 위한 시드머니를 마련하기 위해 광부와 간호사의 3년치 임금을 담보로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산업시설을 세우는 이야기는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다. 이런 개발과정의 일부가 영화 국제시장으로 만들어져 국민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1955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울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부정했던 전후 유엔한국재건위원회(UNKRA)의 인도 대표 메논의 발언을 불과 1세대 만에 뒤집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강의 기적과 개발독재의 이면에는 반민주화의 그림자도 짙었다.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공단 근로자들은 저임금과 인권탄압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모든 자유를 유보해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YH 무역의 여공농성사건과 전태일 분신사건이었다. 청계천 피복노동자 전태일은 휴일도 없이 노동에 시달리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계천 노동자들을 대변하며 1970년 분신하고 말았다. 그와 함께 근로기준법도 화형에 처해졌다.

YH 무역은 15위 수출업체로 많은 부를 축적했으나 70년대 중반 수출여건 악화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경영난에 빠졌다. 사주의 경영부실이 원인이었으나 노조의 요구를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회사를 폐업시켰다. 사장 장용호는 미국으로 출국해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비호 아래 미국에서 부동산을 취득하고 한인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일자리를 잃은 여공들은 신민당사에 들어가 농성을 벌였고 김영삼 총재는 자택에 연금되었다. 김영삼과 함께 민주화에 헌신한 김대중도 숱한 투옥과 감금을 겪으며 민주화 운동의 불씨를 이어갔다. 이런 김영삼 김대중의 민주화 투쟁은 박정희의 유신이 시작되며 부마항쟁,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 속에서 1979년 박정희 암살이라는 비극을 만들어냈다.

유신체제가 마감된 후 신군부가 등장해 민주화가 후퇴하는 듯 했으나 이미 불붙은 민주화의 불씨는 김영삼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반목과 대립

이렇듯 산업화, 민주화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자랑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 자랑거리들이 대한민국 선진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두 세력은 반목과 대립을 지속하며 선량한 국민들을 줄 세우기로 내몰았다. ·호남 지역갈등, 재벌과 중소기업, 강남과 강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고 대립을 조장해 왔다. 대한민국 2016년이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런 두 세력에 북한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며 정상적인 사회발전이 어렵게 되었다는데 있다. 북한이 산업화, 민주화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남한 사회를 아주 비정상적인 괴물 사회로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해 헌재의 판결에 따라 해산된 통진당이다. 통진당 이석기 의원은 소위 RO(혁명조직)을 만들어 대한민국 전복을 꾀하다 덜미를 잡혔다. 이정희 대선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출마했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탈북자를 배신자라며 막말을 해댔던 인물은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를 누빈다.


김정일에게 45천만 달러라는 뇌물을 건네고 정상회담을 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천하의 독재자 김정일을 합리적 지도자로 둔갑시켰다. 2002629일은 NLL을 수호하다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참수리호가 격침당한 날이었다. 해군 6명이 순직하고 19명이 부상당했다. DJ의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는 훈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리고 당일 DJ는 월드컵 3,4위전을 관람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비정상의 장면을 역사에 남기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326일 천안함 폭침이라는 도발을 당했다. 해군 46명이 순직했으나 같은 해 1123일 또 다시 연평도 도발이라는 치욕을 당했다. 선량한 시민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국민들은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이명박의 훈령에 조소를 보냈다. 군복무를 해보지 않은 대통령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되었다. 기가 꺾인 대통령의 당연한 결과였다.

이명박은 정권 초기 광우병 사태로 치명상을 입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사망한다는 괴소식이 수개월 동안 국정을 마비시켰다. 어머니들은 유모차를 끌고 광화문으로 모여들었고 청소년들은 아이돌 오빠들이 광우병 때문에 죽게될 것이라며 분노했다. 모든 진보단체들은 천년의 호기라도 잡은 듯 이명박 퇴진을 부르짖으며 청와대 수석들을 쫓아냈다. 이명박은 이런 괴물에 쫓겨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런 괴물이 만든 또 하나의 사건이 대북인권결의안의 방치이다. 우리 국회는 유엔이 2003년부터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작년부터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정식 의제로 상정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을 20133월에야 통과시켰다. 김문수 의원이 발의한지 11년만의 일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북한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4차 핵실험과 정치권

20161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2006, 2009, 2013년에 이어 4번째 핵도발이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직후 수소폭탄을 개발에 성공했다며 축포를 쏘아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불과 한 달 여전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예고하자 북한은 그럴 능력도 없다며 일축한 바 있다. 작년 8.25 합의를 대단한 성과인 양 자화자찬했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북한으로부터 이런 뒤통수를 얻어맞고도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비정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6월 남북 정상회담 후인 2001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지원금이 핵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했다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마라, (만약 북에 핵이 개발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발언해 주목을 끌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 북한은 4차례 핵 실험을 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영상도 올렸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SLBM이나 수소폭탄 실험은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데 열을 올린다.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 영상은 조작되었단다. 역대정권의 대북 정책이나 핵 개발에 대한 대응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진솔하게 국민의 이해를 구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우선 일 텐데 책임회피에 급급해 보인다. 마치 국정감사를 받는 공무원의 태도와 유사해 보인다.

독일의 코식 의원은 해마다 의원방북단을 인솔해 북한을 방문하는 친한파 정치인이다. 북한의 개방을 돕고 국제사회로의 진출을 돕고자 하는 의미의 방북단이다. 코식 의원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 날 바이에른 라디오(BR)와의 인터뷰에서 수소폭탄이건 일반 핵실험이건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또 다시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국제사회의 질서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상응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문을 잠가버렸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지난 해 방북해 창천교회에서 미사를 드리던 중 남한과 성전(聖戰)을 치르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는 취지의 설교를 듣고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FAZ, 2015.6.2.)

이와 달리 DJ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소식을 접하고도 정부를 향해 또 다시 대화를 주문했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탈당을 하는 의원들에게 대화는커녕 호남팔이라는 식의 막말을 해대는 문재인 대표가 5천만 대한민국 국민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김정은과 대화를 하라며 타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청래 등 친노 그룹은 박근혜 정권을 나치와 비교하며 정권 퇴진에 열을 올리는 일을 다반사로 하면서도 김정은을 향한 쓴소리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김대중을 정치적 아버지로 존경하며 야당의 정통성을 되찾겠다고 출범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대권을 꿈꾸며 야당의 정통성을 되찾겠다고 나선 정치인이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데도 무관심하다. 국민이 불안해 하고 국제사회의 충격과 실망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도 의석 불리기에 급급하다. 이번 기회야말로 안철수 의원이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북핵 인식이 얼마나 안이했는지, 그의 대북관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반성하며 보다 합리적인 대북관과 안보관을 국민에게 선보일 절호의 기회였다. 이것이 진정 김대중을 살리고 야당을 강한 수권정당을 만들 수 있는 길이었음에도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다 대화 운운, 문재인식 대응을 답습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정치 문화이다. 이러니 정치공학적 술수에 능한 정치꾼만 양성될 뿐 역사로부터 배우고 과거로부터 학습하려는 정치인은 길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부하지 않는 정치인, 학습할 능력도 없는 인물을 걸러내지 않고는 야당은 절대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비정상이다. 이런 괴물사회가 이석기, 신은미, 김기종, 황선 등 종북파는 물론 수많은 유사 친북주의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2016년 새해 대한민국 통일환경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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