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북한재건의 바른 길

박상봉 박사 2015. 10. 22. 14:53

20151021일 미디어팬 창간 5주년 포럼이 프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제가 제시한 토론에 대한 요약본이다.


북한재건의 바른 길



최근 경제학자들 중심으로 점진적 통일론이 화두가 되고 있다.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북한은 현재 상태로의 통일이 훨씬 유리하다. 아니 오히려 북한은 제로베이스가 낫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통일과 관련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경제적 교류와 협력은 늘려 북한경제를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통일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에 익숙하다. 한번 보면 당연한 주장이지만 다시 보면 허점투성이다. 우선 이런 기능주의적 주장은 북한의 실체를 애써 외면한다. 북한도 통일을 원하며 통일비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통일은 적화통일이며 이런 최고의 가치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의 희생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과거 10년 이상의 남북경협을 되돌아보면 우리의 의도대로 진행되었던 것이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재건은 통일 후에나 가능한 경제적 통합의 일환으로 민주적 정치질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확립된 후에나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민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습독재체제 하에서 가용재원은 늘 비경제적 분야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기껏해야 주민들의 배급량을 늘리는 수준일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다수의 신도시를 개발해왔다. 강북이 아니라 허허벌판에 강남이 개발되고 분당, 일산, 상봉, 세종 신도시 모두 농지나 미개발 지역에 세워졌다. 왜 그럴까?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통일 후 북한재건은 허허벌판인 땅에 최신 기술을 활용해 추진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이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경제강국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이었다. 더 이상 비용 운운하며 통일의 시기를 늦추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코리아 카탈로그

2013428일 독일의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Aufbau Ost'라는 컬럼이 실렸다. 극동재건이라 직역할 수 있지만 내용을 의역하면 북한재건이다. 이 컬럼은 밤베르크 대학 경제학과 울리히 불룸 교수가 통일 후 북한재건에 관해 쓴 것으로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반도 통일이 독일 통일보다 쉽다는 것이다. 왜나하면 독일의 통일과정을 복기할 기회와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불룸 교수는 이 컬럼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5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소위 코리아 카탈로그로 독일 통일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 교훈, 시행착오 및 경험과 함께 우리 정부가 취해야할 5가지 실질적인 통일 정책이 담겨져 있다.(동아일보, 2013.6.14.일자 참조)

재산권 반환이 아닌 보상을 원칙으로 할 것, 인프라 촉진법을 가동할 것, 북한 기술자 보호 및 활용, 공장건설 등 직접투자에 중점을 둘 것, 인민군 조직을 활용할 것 등이다.

독일은 통일 후 동독 재산을 원소유주에게 반환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고 기업은 재산권 반환 소송에 휘말렸다. 서독은 분단 기간 400만명에 육박하는 동독인을 수용했다. 서독에 정착한 동독인들의 재산은 동독 정부에 귀속되었고 합법적으로 주민에게 양도되었다. 통일 후 서독주민이 된 동독인이 동독에 남겨두고 온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고 많은 혼란과 분쟁이 이어졌다. 한국의 경우는 적절한 보상기준을 마련해 투자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도로, 철도 등 교통로와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항공 우주, 군사, 자원 분야의 기술자를 보호하고 북한에 이들을 중심으로 연구산업 단지를 세워야 한다. 단순한 거래보다는 북한에 회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세우는 직접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동독의 기업이 서독 공장의 작업장을 연장해 놓은 것과 같아 동서 갈등이 고조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50만 인민군 조직을 해체하기보다 적당한 활용 방안을 찾으라는 것 등이다.

우리 사회 희박한 통일의식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서독인의 가슴에 통일의 피가 끓어오르게 한 것은 헬무트 콜 총리였다. 콜 총리는 우리가 돈 때문에 통일을 거부한다면 역사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며 애국심을 불러 일으켰다. 총리직을 걸만한 모험이었지만 통일을 향한 콜의 집념은 강했다. 최근 여러 전문가들이 갑작스런 북한 붕괴를 말하고 있다. 통일 리더십, 어떠한 암초를 만나더라도 통일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미래지향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블룸은 코리아 카탈로그의 존재만으로도 한국은 독일 보다 유리하다고 말한다. 독일의 시행착오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북한을 연구해온 오스트리아 비인 대학 프랑크 박사도 한반도 통일이 독일보다 유리하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사회보장 시스템,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함께 유리한 중국 변수라고 한다. 독일 통일 당시 소련은 지는 해에 불과했다. 경기는 침체하고 연방은 해체 위기에 있었다. 거대한 소련 시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비록 경제성장의 동력이 한계에 부딪혀 있기는 해도 경제적 영향력은 여전하다. 특히 북한 기업에게 중국 시장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중국의 기업은 북한 경영자들에게 시장경제에 대한 체험장이다.

이런 주장들이 통일에 주저했던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이제 통일의 부작용을 거론하기보다 희망을 이야기할 시점이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독일이 통일 후 더 강한 나라가 된 것처럼 한반도의 통일도 축복이 될 것이라는 블룸 교수의 예언에 박수를 보낸다.

   

통일준비의 현실

최근 우리나라 통일논의가 이해불가다. 북한에 대해 캄캄하고 무지하다. 그저 남북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고 통일을 이루자는 식이다. 한마디로 소도 웃을 일이다. 통일의 구호만 난무하며 통일의 가치에는 무관심하다. 이러니 우리 청소년들 대부분은 통일에 무감각하다. , 무엇 때문에 통일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않으니 통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자신감을 결여하고 있다.

미국은 먼 나라 코리아의 6.25 전쟁에 179만명이 파병되어 5만여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는 조국은, 알지도 못하고 만나본 적도 없는 나라와 백성을 지켜달라는 조국의 부름에 응답한 아들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방문객을 숙연케 하고 있다. 자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20대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쳤고 국가는 이런 청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격려하고 있다. 자유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니 미국이 강한 나라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 할까 ? 통일 대박 이전에 우리가 누리는 자유, 북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을 북한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이런 가치 없이 이루는 통일은 대박이 될 수 없다. 아니 대박이라 해도 배부른 돼지의 천박함이다. 이런 가치가 동반될 때 통일비용은 물론 예상치 않은 문제가 닥쳐도 극복할 힘이 생긴다. 현재 우리의 통일논의에는 이런 가치들이 결여되어 있다. 이러니 청년들이 통일을 기피하고, 통일을 위해 희생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가치가 결여된 남북대화-경제교류협력-경제통일은 빛좋은 개살구다. 여야 대화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 정치권이 3대 독재정권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며 그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남북대화를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프레임에 갇혀 있으니 탈북자, 북한인권 등 주요한 가치들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통일비용

통일비용을 거론하며 남북대화를 통한 점진적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허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총 재산이 11000조이고 북한의 지하자원의 가치는 7,000~9,000조 정도라고 한다. 북한의 지하자원만으로도 통일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 또한 통일비용은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의 나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할 것이라는 말 속에 해답이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북한에 법과 제도의 정비, 사회적 인프라 구축해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동강 기적을 통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성장시켜 통일을 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고 주장한다면 오산이다.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대동강 기적마저 성공한다면 한반도는 북한 주도의 통일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지금도 종북이니 남남갈등이니로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도 우리의 자중질환으로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적되고 있는데도 이런 황당한 주장이 여과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통일이라는 구호만 요란하다. 분단 동안 서독이 400만명의 동독 탈출자를 수용했다. 우리는 현재 탈북민 28천명 정도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착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다. 최근 독일의 여러 일간지에서 탈북자를 제대로 수용하고 정착시키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꼬집는 기사를 다루고 있다. 통일대박을 부르짖으며 북한을 탈출해 유리 방황하는 북한동포(대한민국 국민)도 관리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러고도 국제사회에 통일을 외치고 다니는 것이 부끄럽다.

 

통일은 히말라야 정상을 등반하는 것과 같다. 등반 여정이 험하고 난관이 많다. 지금까지 독일팀, 예멘팀, 베트남팀이 이 등반에 도전했다. 예멘과 베트남 팀은 실패했고 독일팀이 정상에 올랐다. 독일 팀은 등반하며 큰 피해를 당했다. 크레바스에 추락해 사람들이 죽기도 했고 눈 폭풍에 갇혀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눈사태로 대원이 실종되고 돌풍이 불어 등산장비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등반팀이 히말라야 처녀봉에 오를 차례다. 독일 팀의 많은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독일 루트는 피하라고 아우성이다. 다른 루트를 찾으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루트는 안전한가? 아니다. 크레바스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눈사태가 빈번한 곳은 어딘지, 돌풍이 어디에서 몰아치는지, 사전 정보가 없다.

독일 팀의 루트를 따라가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크레바스 위치, 눈사태와 돌풍에 대한 정보도 얻는다. 독일 팀은 헬무트 콜 팀장은 히말라야 정상을 정복하고 과거에 이 정상을 정복했던 팀이 한 팀이라도 있었다면 많은 희생을 줄일 수도 있었을 텐데,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고백했다. 그가 통일 총리 헬무트 콜이다. 최장수 총리다. 통일 전 8, 통일 후 8, 16년 동안 독일호를 이끈 인물이다.“ 박상봉의 통일 패러다임의 전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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