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음모론자들의 외국 회견

박상봉 박사 2010. 7. 9. 12:28

음모론자들의 외국 회견

 

2010월 3월 26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 이 사고로 46명의 해군이 순직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을 "국군 치욕의 날"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서재정 교수                                          이승헌 교수

 

     천암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격침됐다는 국제합동조사단 조사가 "조작됐다"고 해왔던 2명의 재미(在美) 한국인 학자들이 9일 일본 도쿄에서 같은 주장을 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서재정(한국학) 교수와 버지니아대 이승헌(물리학) 교수가 그들이다. 두 교수는 지난달 18일에는 그런 내용의 서한을 유엔에 보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전공이 '물리'여서 국내 음모론자들이 자주 인용했던 사람이다. 음모론자들은 이 교수의 '실험'이 천안함 피격 당시의 조건과 같았는지 달랐는지는 관심도 없다.

   국제합동조사단엔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까지 포함돼 있다. 이들이 한국 정부와 짜고 조작을 했다는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우리 내부에 한둘이 아니다. 그들은 '정부가 지방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군인 46명을 일부러 죽였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런 우리 내부의 총질이 하도 많아서 두 교수가 외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 자체는 이제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엉터리 주장을 하는 것도 그들의 자유다. 제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고 아직도 가족 잃은 슬픔으로 힘겨워하는 유족들의 마음을 다시 후비는 것이야 그들의 관심 밖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정말 이상하다. 두 사람 중 이 교수가 일본에서 1년간 초빙교수로 있다지만 왜 자신들의 주 무대인 미국도 아니고, 천안함 사건 피해 당사국인 한국도 아닌 일본을 회견 장소로 택했을까. 국내 일부 좌파 언론과 단체들은 이번 기자회견이 일본 외국특파원협회(FCCJ)의 초청으로 열리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기자가 8일 일본 외국특파원협회에 확인한 결과, 이번 기자회견은 일본 외국특파원협회의 초청이 아니라 두 교수가 먼저 "우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 외국특파원협회가 이를 수용한 것이었다. 외교 당국자는 두 교수가 미국도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에 대해 "중국을 제외하면 조총련 등 그나마 친북세력이 활동하고 그들의 주장이 유통될 수 있는 곳이 일본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이유가 더 있다면 한국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만큼 떳떳하지도, 자신이 있지도 못한 것이다.

   국내 일부 언론은 외국특파원협회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 "북한에 의한 어뢰 폭발이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수년간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 간 화해 관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고의적인 음모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보도자료 어디에도 그런 문장은 없었다. 대신 "두 교수의 주장은 자신들(북한)이 햇볕정책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모의 희생자라는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하고(support) 있다"는 문장이 있었다. 특파원협회는 두 교수 주장이 북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소개했는데 일부 언론은 마치 특파원협회가 천안함 음모론을 옹호하는 입장인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두 교수를 포함해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익만큼 중요한 것이 진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그러나 일본 외국특파원협회의 보도자료 내용도 마음대로 왜곡해 자신들 입맛에 맞게 고치고, 천안함과 별 상관도 없는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진실과 당당함'이라는 이들의 평소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정우상·정치부 외교팀장 imagine@chosun.com

입력 : 2010.07.08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