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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급변사태, 중국은 가만 있을까?

박상봉 박사 2010. 6. 18. 12:45
2010/04/12 12:46
 
중국의 외교전문가인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지난 2월 23일 아산정책연구원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주최로 열린 동북아포럼 발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원장, 관훈클럽에서 발표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중국한테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 재건에만 참여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북한에 대한 정치 군사적 통제를 통해 개입하려 한다면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를 운운하며 작전계획 5029를 운운하고, 주일미군의 한반도 자동개입 밀약이 발견되는 최근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기자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중국의 사실상 공식방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 역시 이러한 중국의 입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수적인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 7일 ‘북한의 권력 이양이 미국에 미치는 의미 (What North Korean Succession Means for the US)’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관리들은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핵무기를 통제하기 위해 북한에 진주한 중국군과 미군의 충돌 혹은 중국군과 한국군이 충돌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자신이 직접 지난달 미국 관리와 만나 이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국과 미국, 중국은 핵무기를 통제하기 위해 북한에 군대를 투입할지 여부와 또 투입한다면 어느 나라 군대를 투입할지와 관련해 갈등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군사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 측에 북한 급변사태 대비와 관련한 투명성을 높이도록 압박하고 중국이 계속 모호한 입장을 보일 경우 한미중 세 나라의 군사 충돌 위험이 있다는 점도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의 대북 군사개입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관건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은 일단 북한 내 혼란 발생 초기 북한의 붕괴를 막고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대북 개입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의 군사개입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인 정서를 알고 있는 중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겠지만 북한이 통제 불능의 상황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중국은 군대를 진주시켜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과 치안 유지, 그리고 핵무기를 통제하는 임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북한에 군대를 진주시킨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막지 못해 한반도가 한국 주도로 통일된다 하더라도
한반도 주둔 미군이 38선 이북에는 진주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고서야 북한 내 중국군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안보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미군의 북한 내 진주가 한시적인 조치며 그 임무는 대량살상무기 확보와 한국군에 대한 지원으로 제한한다는 점을 중국 측에 약속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 측도 통일 한반도의 국경이 압록강에 머물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약속해야 한다는 게 클링너 연구원의 설명이다. (RFA, 4월 9일)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의 보고서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 북한 핵은 미국과 일본, 한국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의 현안이요, 세계의 문제다. 특히 미-일-호주 남방동맹 혹은 서방동맹에 예의주시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존재는 물론, 북핵은 최고 현안 중 하나다. 그래서 '급변사태'를 얘기할 때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2월 24일 한겨레 보도를 참조했습니다.
  4월 9일 RFA 보도를 전문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