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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73: 대선정국 감상

박상봉 박사 2007. 12. 12. 11:13
 해설73: 대선정국 감상


17대 대통령 선거가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여권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정의하는 데 이의를 제기한다. 보이지 않는 많은 개혁들이 일어났고 특히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화해 협력의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후보들은 지난 10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역량을 나락으로 몰아넣은 시기라며 무능한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고 있다. 북한 핵개발, 대북정책, 북한인권, 한미관계 악화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에 이어 십장생이란 신조어가 참여정부의 실정을 가감없이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는지 전해준다. 직장을 골라가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오정과 오륙도는 40, 50대 가장들의 마음을 짓누른다. 45세 정년이요 56세까지 다니면 도둑이라는 사오정과 오륙도는 이 세대의 가장들이 직장생활 속에서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신조어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 짓누르는 말은 바로 십장생이다. 십장생은 10대도 장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 두렵고 걱정이란 뜻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처럼 젊은이들과 가장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적이 없다. 이런 사회적 혼란을 대변이라도 하듯 이번 대선에 참가할 후보자들도 난립하고 있다. 12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쳤고 수차례 여론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후보들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또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못먹어도 GO’를 외치는 후보들도 있다. 진정 국가를 위한 것인지 자신의 의원직이나 권력에만 관심을 두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예상 밖으로 여론조사 결과 보수층으로 구별되는 이명박후보와 이회창후보가 각각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점이다. 정동영후보가 훈훈한 대북관계를 거론하며 개성공단을 상징으로 하는 남북번영의 시대를 연다고 목청을 높여도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BBK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질 줄 모른다.


여권의 이러한 대선전략은 그들의 전략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지난 10년의 남북관계가 이상과 허구에 바탕을 둔 이솝우화정도로 여기고 그리고 북한의 핵이 그런 모순의 결과라고 이해하고 있는데도 정후보는 아직도 이런 동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듯 보인다. 사람들은 지난 참여정부를 겪으며 정치인들 누구도 도덕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바라보며 허탈해하고 있는데 여권 후보들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적 흠집 내기에 목숨을 건듯하다.


2007년 말 대선정국의 모습은 해방 직후 한반도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해방 후 무려 60여개의 정당이 난립해 정치 지도자들 간의 숨막히는 대립과 갈등을 보였던 시대적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여운형, 조소앙, 박헌영, 김구, 김규식, 홍명희, 최용건, 김일성, 송진우, 이승만 등이 이 시대의 소위 대권 후보들이었다. 박헌영, 김일성 등이 사회주의 노선을 걸었고 여운형, 조소앙등이 민족주의의 틀 속에서의 좌익노선을 주장하는 소위 중도좌파에 속했다. 김구 김규식 등은 미소 강대국을 배제하고 자주적 통일정부를 구상했던 소위 중도우파에 속하는 인물들이었고 송진우, 이승만은 우파의 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중도라는 의미가 무색하듯 여운형, 김구 등은 백주 대낮에 암살되었고 홍명희, 박헌영은 월북하는 등 사상적 대립은 더욱 극단화 되었다. 그리고 소련군과 코민테른의 지휘에 따라 김일성은 공산정권을 북한에 세웠고 이승만은 이런 소련의 팽창주의를 막아내려는 미국과 유엔의 지원을 받아 남한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웠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흘렀다. 최근 후보자들간 흑색선전과 비방 및 흠집내기가 해방 후와 동일해 보인다. 대선후보에 대한 경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는 얼굴에 20바늘이나 꿰매는 테러를 당했고 이회창 이명박 후보도 대중으로부터 날아오는 계란세례를 피하지 못했다. 정동영후보는 노골적으로 이명박후보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리고 이런 흑색선전과 흠집내기에 북한도 한 몫하고 있다. 대남총책 김양건의 방한은 해방 후 김일성의 무자비한 평화공세와도 흡사해 보인다. 과거 김일성은 자신은 코민테른으로 부터 북한에 친소정권을 수립하는 모든 일정을 상세하게 지령을 받고서도 남북 제정당사회단체들 간의 연석회의를 통해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리고 김구와 김규식을 북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두 남한 지도자들은 연석회의를 거부하고 남북요인회담을 고수했으나 애당초 협상의 타결은 불가능했다.


노무현 대통령 방북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남북사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인상도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짝사랑에 기인한다. 게다가 진정 이런 남북사업들이 친북세력들이나 자생적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니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저 이 사업들이 해방 후 김일성이 추진했던 대남사업과 맥을 같이 하지 않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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