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따른 10.4 선언 이후 남북 사이에 각종 회담들이 봇물 터지듯 한다. 지난 14일에는 남북총리회담을 위해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가 방한해 한덕수총리를 만났다. 그리고 수 십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경협 사업에 합의했다. 개성 평양 고속도로 개성 신의주 철도사업, 해주 경제특구 사업, 개성공단 2단계 개발, 남포 안변 조선협력 단지사업, 단천 광산개발 등과 같은 사업으로 각 사업별로 최소한 1조에서 4조원 이상의 사업자금이 필요한 일들이다.
정부는 이를 경협사업이라고 말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남한 홀로 부담해야하는 북한 판 개발플랜이다. 개성 신의주 간 도로 철도 사업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게 될 남북 공동응원단을 실어나를 것이라며 의기양양이지만 이런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또 다시 수조원을 들여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올 5월 17일 이재정 통일부장관 취임과 6.15 공동선언 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북은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았다. 이 행사 만을 위해 북측 철도 보수 비용으로 우리 정부가 들인 비용은 5454억원이다. 이 이벤트를 놓고 정부는 기적의 통일열차니 56년만의 기적이니 난리법석이었다. 당장 내일 통일이라도 될 것 같은 분위기 였지만 이 이벤트 이후 경의선과 동해선은 굳게 닫혀있다. 오히려 이후 우리는 느닷없이 북한 핵 개발 소식을 들어야 했다.
남북 총리회담 합의를 두고도 마음 속의 정리가 끝나지 않았건만 29일에는 느닷없이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서울을 방문했다.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북한의 연방제 통일정책의 수장이자 김정일의 오른팔이 서울 한복판을 찾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이번 대선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청와대는 김양건의 방문이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남한 방문 중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답방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양건이 서울을 찾은 순간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제2차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평양에 체류 중이었다. 이번 국방장관 회담은 NLL 북방한계선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렇다할 합의를 못하고 다음 장성급 회담으로 넘겼다고 한다.
회담 하나 하나가 전문가들의 판단이 요구되고 국민을 설득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사안 임에도 불구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되고 있다. 굳이 임기 중에 한 건 해야겠다는 정치적 과욕인지, 남북 관계에 필요한 것들에 대못질을 쳐놓기 위한 것인지 어쨌든 그 속도가 무섭다. 하지만 남북 간에 회담이 봇물 터지는 가운데도 국군포로, 납북자는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탈북자 문제는 들어있지 않다. 얼마 전 만난 IT 업계의 한 젊은 사장은 탈북자 국내 입국자 수가 1만명을 훨씬 넘고 올해 만해도 2500명은 족히 될 것이라는 소식을 최근 들었다며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고 털어 놓았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탈북자, 이들의 국내 입국과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만큼 중요한 사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전무하다 싶다. 이러니 사람들은 남북문제 하면 북한 퍼주기 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도 10여 차례의 각종 회담이 노대통령의 임기 중에 개최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 회담에도 이런 일반 민중들의 문제는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27일 현재 태국에 수용된 탈북자중 24명이 빠르면 내년 2월 미국에 입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 30명 가운데 24명이 미국 대사관과 미국행을 위한 개별 면담을 마친 상태이고 태국 정부로부터 출국 허가도 받아놓은 상태라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이 일에는 태국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나서서 탈북자들에게 난민자격을 부여해 성사되었다고 한다. 미국은 지난해 5월 태국에서 탈북자 6명을 처음 받아들인 뒤 현재까지 모두 33명의 탈북자에게 입국을 허가했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탈북동포에 대한 배려가 없으니 유엔이 나서고 미국이 나서고 있다. 우리 민족의 생명과 재산을 남의 나라가 보호하고 있는 셈이니 이러고도 국가의 위상이 세워질 수 있을 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듯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는데 이 나라를 이꼴로 만든 일부 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국민을 향해 “노망이 들었다”고 야단치고 있고 “정권이 바뀌면 전쟁 난다”고 대놓고 협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 판 통치술이고 북한 판 협박이다. 국민은 이것이 지난 10년간의 대북 포용정책의 결과인지 묻고 있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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