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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53: 독일통일 재인식

박상봉 박사 2007. 6. 22. 11:00
 해설53: 독일통일 재인식


수출 1조3천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규모 1,998억 달러, 통일 17주년을 맞고 있는 독일의 작년 경제 성적표이다. 수출규모로 세계 1위로 3,250여억 달러를 수출한 우리의 수출실적의 4배에 이르며 흑자규모는 무려 6배 이상이다.


이런 독일의 2006년 경제실적은 우리가 알고 있는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제실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독일통일을 두고 실패한 통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동독을 흡수한 서독이 과다한 통일비용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으며 동서독 주민 간의 갈등이 통일독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류의 인식들이다.

이와 같이 독일통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한심하다. 많은 정치인들과 통일부장관이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독일식 흡수통일은 불가하다는 선언을 했던 일도 있었다. 모 연구단체는 예멘식 통일을 한국이 지향해야할 통일방안으로 내세우는 코미디를 벌이기도 했다.


이렇듯 독일통일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은 정부의 지나친 대북 포용정책 홍보, 관련 연구기관들의 맞짱구, 그리고 일부 언론의 무지에서 비롯된 맹목적인 보도에 기인한다. 독일 통일을 흡수통일이라고 폄훼하며 그 반사이익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홍보한 것이다. 대북 포용정책을 미화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독일 통일은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다. 


독일의 흡수통일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정부와 사이비 전문가들의 홍보와 선전에 경도되어 독일과 같은 통일은 안 된다는 통일관에 세뇌되었다. 이런 잘못된 통일을 이루어낸 독일이 유럽의 새로운 경제강국으로 부상해 유럽을 견인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의 후유증에 시달려야 하고 동서독 주민들은 갈등과 대립으로 서로 반복하고 질시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어야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와 같은 독일통일을 둘러싼 오해는 우리 사회 내부의 고질적인 편가르기가 만들어낸 편견에 불과하다. 내편과 네 편을 가르는 후진적 정치 행태의 결과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기이한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김정일이 한 패가 되어 야당인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기이한 일 말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지켜온 서독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는 과거 할슈타인 원칙으로 대표되는 동방정책에 일대 수정을 가했다. 동독 정부와 적극 대화하고 각종 교류 협력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브란트의 신 동방정책이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빠짐없이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모든 대동독 정책과 관련해 야당과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통일 총리로 알려진 헬무트 콜 총리나 극우보수로 알려졌던 바이에른 주의 슈트라우스 주 총리도 재임시절 적극적으로 동독을 돕고 다양한 교류 사업을 추진했던 것도 이런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때문이었다.


2005년 11월 취임한 기민당(CDU) 메르켈 총리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임 총리의 노동 사회보장 개혁안 2010을 그대로 수용해 추진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여야를 초월해 협력하는 모습이다.


공공의적 ‘한나라당‘


우리의 경우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열린우리당의 대북정책은 야당인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 동의도 얻지 않는다. 오히려 김정일과 하나가 되어 한나라당을 몰아 부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다”와 같은 저주를 거침없이 퍼붓는다. 한나라당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김정일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들의 눈에는 국가의 미래는 없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야당과 국민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런 잘못된 정당과 정치인들이 독일 통일을 마음껏 농락해왔다. 40여년 공산 독재에 못 이겨 목숨 걸고 베를린 장벽을 넘었던 탈출자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혀야 했던 정치범들을 위해 서독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는 이야기에는 눈을 감아 버린다.


그저 자기가 머릿속에서 상상해왔던 허구의 틀을 벗어난 모든 것들에 증오감을 나타낸다. 그 허구의 틀은 다음과 같다. “북한도 우리의 짝이고 김정일도 동포요 이성적인 사람이니 우리가 헌신적으로 돕고 지원하면 김정일의 생각이 바뀌어 개혁 개방으로 나설 것이다. 괜히 코너에 몰린 김정일을 다그쳤다가는 오히려 문을 닫고 이판사판으로 무력 도발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디 한 곳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말은 되지만 뜻은 통하지 않는다.


김정일은 결코 이성적이지 않다.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할 돈은 있어도 3백만 주민은 굶어죽인다. 우리가 돕고 헌신적으로 지원하면 김정일이 변할 것이라는 주장도 한낮 상상에 불과하다. 북한과 같은 폐쇄적 병영국가는 자율적 개혁 개방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오로지 강요된 개혁 개방만이 유일한 데 대북정책과 관련해 원칙(투명성과 일관성)을 고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핵 실험을 감행하고 탈북자와 정치범을 처형해도 변함없는 북한 퍼주기와 대북 저자세로는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 수 없다.


우리가 지킬 것은 원칙이요 버릴 것은 아집과 고집이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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