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북(北)바라기, 전통 우방을 버리다

박상봉 박사 2018. 2. 7. 19:28

()바라기, 전통 우방을 버리다

- 독일 언론의 추적 -

  

새해 유럽 언론의 한국 발 보도가 우려스럽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벨트(Die Welt)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FAZ)북한의 신년사는 독배(毒杯)”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6차 핵실험 후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2375호가 중국, 러시아까지 참여해 북한에 심각한 타격이 되자 남한에 의 손길을 뻗쳤다는 보도였다.

독일의 가브리엘 외무장관은 20171230일 송년 메시지에서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 갈등을 이용해 핵을 개발해왔다. 만약 국제사회가 북핵을 해결 못하는 무능함을 보인다면 핵 도미노 현상을 막을 수 없다. 미국과 러시아는 갈등을 봉합하고 국제사회는 마지막까지 단합해 북한을 핵 포기 테이블로 이끌어낼 것을 주문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영국 등의 보도도 대동소이하다.

 

이런 우려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신년사를 덥석 물었다. 번갯불에 콩 볶듯 고위급 회담, 실무회담이 열렸고 납득할 수 없는 합의사항들이 알려졌다. 도종환 장관은 실무회담도 전에 "평창올림픽에 남북이 공동 입장할 경우 한반도기를 들게 될 것이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에도 남과 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고 주장했다. 회담도 전에 북한에 끌려 다니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한 나라 장관의 인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이브하다. 2000년 대 초반과 2018년의 북한 발 국제정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다. 북한은 2006년 최초로 핵실험을 실시한 후 지난 10년 동안 6차례 핵실험과 백 차례가 넘는 미사일 도발로 미국 및 국제사회에 핵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넘보며 핵 소형화, 경량화와 ICBM을 개발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까지 불과 3개월 여 시간이 남아있을 뿐이다.

 

도 장관의 이런 인식은 지난 2004년 북한을 다녀온 후 "서울이 유혹, 타락, 탐욕이 뒤섞인 빛이라면 평양은 담백한 자존심으로 서 있는 승복(僧服)의 빛"이라는 엇나간 대북관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인식의 소유자에게 태극기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카드일 것이다.

현송월에 대한 대우도 지나치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현송월 일행을 위해 KTX 임시열차, 최고급 호텔 1개동 전체를 내주고 국빈급으로 대우했다. 대공정보업무의 주체였던 국정원은 현송월의 경호를 자처하며 취재진을 몰아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올림픽과 무관한 김정은 전위부대의 공연을 위해 점검단을 국빈으로 모시고 조명, 음향 등을 교체하라는 무례한 요구를 수용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인공기를 불태운 단체를 수사한다고 하니 놀랍다. 혈맹인 미국의 대통령이 방한 중 성조기를 불태운 사건은 방관한 경찰이 적국의 인공기를 불태운 사건을 수사한다고 한다. 이런 정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시기상조다.

 

협상안이 하나 둘 드러나며 국제사회의 우려도 심각하다. 독일의 데어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123김정은의 올림픽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독재자 김정은이 모든 일정을 결정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보도는 평양이 평창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RT 도이칠란트의 118일 보도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전날인 28일 인민군 창건일에 맞춰 군인 5만 여명과 무기와 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미녀 응원단과 관현악단이 올림픽을 빌미로 정치쇼를 벌릴 널찍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이 보도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밴쿠버 참가국 외무장관들이 남북 화해정책을 격침시켰다” (Außenminister ehemaliger Kriegsteilnehmer torpedieren Entspannungs- politik)

 

북한은 현송월을 보낸데 이어 곧바로 12명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를 진천선수촌에 입촌시킨 후 본격적인 마각(馬脚)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예정된 남북한 문화공연은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비상식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현송월이 합의한 날짜보다 하루 늦게 남한을 방문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남한 길들이기라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다.

 

북한은 이렇게 평창올림픽의 운전대에 올라 행사와 일정을 제멋대로 조정하며 문재인 정부를 요리하고 있다. 그리고 강원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최고수준의 관광상품 프로젝트에 나섰다. 강원도 원산 등 금강산 일대의 군사기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전 세계로부터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제도 피하고 평화의 이미지로 알린다는 꼼수다.

 

하지만 이런 모든 꼼수, 선전선동에 이어 본격적인 통일 프로파간다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5일 스위스의 뉴취리히 신문과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알게마이네가 북한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통일공세를 벌이고 있다. 내용은 두 가지로 외세를 배격해 남과 북의 자주적 통일과 모든 조선민족은 일어나 반통일세력을 짓부수자는 주문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이 적화통일에 있다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