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일 안보정책 토론문
I.
핵을 바라보는 북한, 우리사회, 국제사회의 시각에 대한 발제자의 분석은 오늘날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모겐소의 비핵국가가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이 오늘날 한반도의 현실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현실주의 국제정치와는 무관해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이 북한과 ‘치킨게임’을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이해하게 된다.
힘의 우위가 월등한 미국이 여러 카드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으며 그 중 하나가 김정은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는 분석은 섬뜩하다. 맞는 말이지만 남한이 팽 당한다는 차원에서 선뜻 동의하기 싫다. 하지만 독일의 주요 일간지 디벨트(Die Welt) 3월 10일자 보도도 발제자의 시각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국제정치의 현실을 실감케 된다.
지난 3월 10일은 헌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날이다. 이 날짜 디벨트(Die Welt)의 보도는 “탄핵으로 좌파인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중국과 공조해 반트럼프 전선을 형성할 것이다. 사드 배치도 철회될 가능성이 있으며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김정은을 ‘마르 아 라고’ 개인 별장으로 초대해 골프 회동을 가질 수도 있다. 결국 김정은의 핵벼랑끝외교의 승리”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북핵 문제는 궁극적으로 중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친중 성향을 보여 왔다.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차일피일 미루며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발제자는 미국의 진짜 속내는 중국이라는 대어를 잡아 잔챙이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북한의 ICBM 기술과 관련해 러시아 연관설을 보도하는 독일 언론의 보도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해서 국력이 커졌으니 이제는 할 말은 하자는 우리 정부의 태도와 관련해 국력이 커졌으니 이제는 북한과 중국에게도 할 말은 하자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II.
국가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지킬 수 없다. 국가관, 역사관이 바르게 정립되지 않는다면 100만 대군도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최고 권력자의 인식은 국가 안보에 절대적이다. 문재인 정부 100일 간의 정책과 8.15 경축사에 나타난 대통령의 인식은 여러 면에서 불안하다.
첫째, (도덕적) 평화관이다. 문재인은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한다.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나쁜) 평화도 어떤 (정의로운) 전쟁보다 낫다”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평화론의 연장인데, 김정은에게는 동정을 트럼프에게는 뒤통수를 치는 행태다. “평화는 전쟁을 각오해야 지킬 수 있다”는 세계사의 교훈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평화관을 방패막이로 김 씨 부자는 마음껏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해왔다.
둘째, (뒤틀린) 역사관이다. 분단의 책임을 외세에 돌리는 것만큼 역사 왜곡이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분단은 무능하고 부패한 조선 조정이 일본의 침략을 막지 못해 현관문을 열어주고 김일성이 6.25남침을 자행해 안방을 내준 결과다.
8.15 광복은 일본을 무찌른 미국의 선물이다. 물론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의 공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우리민족이 독립을 쟁취했다는 주장은 낯 부끄럽다. 광복을 맞아 미국에 감사하는 것이 순서요, 바른 역사인식이다. 이것이 한미동맹에 대한 예의이며 6.25에 참전해 사망하거나 실종당한 5만 여명의 미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더욱이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시대가 열렸다는 인식은 위험천만한 역사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0%의 사실에 90%의 허구를 덧씌워 독립운동을 미화하고 이승만 박정희의 과오를 침소봉대한다고 역사적 진실은 바뀌지 않으며 무능한 조선조가 유능해지고 현대사의 기적이 땅에 묻히는 일은 없다.
셋째, (영혼없는) 대북관 및 통일관이다.
문 대통령에게 통일은 가치관과 무관해 보인다. 분단 72년 김정은 세습독재 하에서 신음하는 2400만 동포보다 김정은에게 관심이 크다. 누가 봐도 북한은 김정은의 나라다. 3대 세습독재라는 전무후무한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헌법3조의 정신과 어긋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하고 세월호 사건을 물고 늘어져 박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을 차지한 문재인의 정의감이 김정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기아로 사망한 300만 명의 북한주민의 고통에는 무감각하다. 이것이 문재인의 정의다. 또한 흡수통일 등 인위적 통일을 반대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통일을 거부하는 것이요 헌법 4조를 침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은 민족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평화적,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진한다는 통일관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정체성은 이미 폭력적, 반민주적이며 3대에 걸친 독재자이다. 평화적, 민주적이라는 단어와 태생부터 어울릴 수 없다. 더욱이 이 주장은 1948년 김일성이 주창한 ‘全朝鮮諸政黨社會團體連席會議’와 동일하다. 유엔과 이승만에 의해 추진되었던 남한 단정수립에 제동을 걸고 적화통일의 수단으로 제시한 방안을 문재인이 단어만 바꾸어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III.
발제자는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는 다른 모든 가치에 선행한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분단국이어서 그렇다. 분단국이 안보를 잃는다는 것은 적화통일을 의미한다.
분단국은 분단적 특성을 직시해야 한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분단이 지속되는 한 정계는 물론 모든 사회 각 분야는 이념갈등의 현장이다. 하지만 좌파와 달리 보수 우파는 이념전쟁을 회피해왔다. 군함도,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노무현이야기, 판도라 등 좌파적 이념이 판을 치고 있으면서도 이승만 박정희의 업적을 거론하거나 북한을 비난하기 어렵다. 이미 좌편향 된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민주 후보의 철회로 통진당 출신인 무소속 입후보자가 울산에서 당선되었다. 촛불 시위 현장에는 ‘사회주의가 답이다’,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가 난무했다. 현 정부의 대통령은 국무총리, 내각에 이르기까지 촛불정신을 받드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펴고 있다.
이런 이념적 투쟁을 정치교육과 법치주의로 극복한 나라가 서독이다. 연방헌재는 사회주의 제국당에 이어 공산당을 해산시켰으며 정부는 내무부 산하에 정치교육센터를 두고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교육을 실시한다.
우리 청소년에게 정치와 이념교육을 하는 것을 터부시하도록 만든 것도 좌파의 전략에 말린 결과다. 연방의회 지하공간은 365일 개방해 정치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늘 학생들로 가득하다.
지난 6월 타계한 최장수 통일총리 헬무트 콜은 16세에 기민련에 입당하고 17세에 청년 유니온을 결성해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이미 10대, 20대에 정당을 선택하고 정치활동을 한 인물들이다. 이렇게 이념과 정치교육을 중시하는데도 네오나치가 생겨나는 것을 보며 지난 20년 이상 우파 이념을 포기한 나라에서 청년들이 동성애, 탈원전, 대북지원, 반미친중과 같은 성향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보수 우파의 직무유기다.
더욱이 서독은 안보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없었다. 소련제 핵미사일 SS-20 동독 배치에 대항해 서독에 미국산 퍼싱II를 배치하도록 나토-이중결의안을 입안한 인물은 헬무트 슈미트 총리였다. 슈미트는 사민당 소속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진보좌파 성향이다. 하지만 당내 반대파들과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퍼싱II의 길을 열었다. 최고 지도자와 일개 국회의원 사이 책임감의 차이일 것이다.
1982년 총리에 오른 콜은 평화시위대가 150만 명에 육박하고 108km에 달하는 인간띠가 수도 본을 에워싸도 퍼싱II를 실전 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더욱이 퍼싱II는 10분 내에 모스크바를 잿더미를 만들 수 있는 공격용 무기였다. 방어용 무기인 사드 하나 배치하지 못하는 우리와 비교된다. 이것이 분단국 서독의 이념전쟁이며 독일판 사드논쟁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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