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나리오

통일대박(5): 기능주의적 통일 ?

박상봉 박사 2014. 2. 25. 09:19

실패한 기능주의적 통일, 예멘


기능주의적 접근방법에 따라 통일을 이룬 나라가 남북 예멘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였던 북예멘과 사회주의 국가였던 남예멘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루어냈다. 인구와 경제력에서 우위를 점유했던 북예멘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남예멘에게 나머지 지분을 할애했다. 이에 따라 5인의 대통령 평의회로 구성된 과도정부에는 5명 중 3명은 북예멘, 2명은 남예멘 출신이 참여했다. 대통령은 북예멘, 부통령은 남예멘에서 맡았다. 39명의 내각 중 20명이 북예멘 출신이었다. 통일의회는 인구비례에 따라 북예멘 출신 159명, 남예멘 출신 111명으로 구성되었다. 즉 북예멘이 통일과도정부를 주도하되 남예멘도 무시못할 견제세력의 지위를 보장받았다.

3년간의 과도정부가 끝나고 1993년 총선거가 치러졌다. 선거결과 남예멘 사회당은 3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남예멘 정치지도자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남예멘의 반발은 내전으로 치닫게 되었고 살레 대통령이 이끄는 북예멘이 승리하게 되었다. 남예멘 사회당은 제거되고 북예멘 주도의 재통일이 이루어졌다.

예멘 통일이 실패한 이유는 첫째 남북 간 대등한 기계적인 통합에서 찾아야 한다. 유지호 전 예멘대사는 “남북 수뇌부는 두 정부 간 기계적인 병합을 일단 이루어 놓기만 하면 통합과정은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믿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계적인 통합으로 정부는 비대화되었고 남북 간 관료들의 협조도 어려웠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나라 동등한 지분으로 통일정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민족이라는 우산 아래 체제와 이념이 수용될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은 허구였다. 통일과 나아가 통합 과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체제 속으로 비효율적 체제가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김정은에게 통일한국의 권력의 50%를 허락한다면 성공적인 통일이 절대 불가할 것이다. 즉 통일은 성공한 체제, 효율적인 이념이 주도해야 하고 실패한 체제의 정치인들은 통일의 지분을 포기함으로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북한의 전자회사가 합병을 하기로 하자. 합병해 두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전자회사가 삼성전자로 편입되어야 한다. 반대로 두 회사가 공동지분을 주장한다면 합병된 회사는 성공할 확률이 급감하게 될 것이다.

최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다시 한번 흡수통일 불가를 주장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 흡수통일 불가론의 재탕이다. 김정은 세습독재가 등장하고 핵을 개발하고 장성택을 무참히 처형하는 등 북한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데도 변한 게 없다. 통일을 담보로 오기를 부리고 있다. 거듭 되풀이 하지만 상이한 이념과 체제의 두 나라가 기능주의적 통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설사 통일이 된다해도 불행이다. 이것이 예멘은 물론 독일 통일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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