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인도적 지원이란 거짓말

박상봉 박사 2010. 8. 25. 07:32

인도적 지원이란 거짓말

 

 최근 다시 일고 있는 인도주의적 대북 쌀지원과 관련해 두 전문가의 견해를 실었다.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와 프리랜서 김성욱 기자다 . 천안함 사건으로 46명의 해군장병을 수몰시킨 김정일 정권 유지에만 보탬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 인도주의라는 명분을 걸어 쌀을 지원하자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진정 인간에 대한 사랑이 담겨져 있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정말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면 방법은 있다. 쌀을 실어 삐라 뿌리듯 공중에서 투하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 언제, 어디서 몇대의 헬기나 수송기가 출발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강원도,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 쌀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과 시간을 정해 투하하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굶주린 주민들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것 정도는 허락해야 한다.  

 

북한천안함의 우리 군인 46명을 죽인 지 다섯 달 만에 북한에 쌀을 주자는 얘기가 나왔다. 언젠가 이런 얘기가 나올 줄 알았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다. 북한은 햇볕정책이 시행되는 중에도 우리 함정을 공격해 우리 군인 6명을 죽였다. 이제 46명이나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거침없이 다시 우리 군인·시민을 죽이려 들 것이다.

북한을 지원할 때 항상 쓰는 용어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다. 하지만 비(非)인도주의적 국가에 인도적 지원은 불가능하다. 인도적 마음으로 북한을 도와주어도 김정일은 군대와 자신의 재산 불리기 외에는 관심이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對北) 지원 속에서도 북한의 취약계층은 전혀 구제받지 못했다. 하층민들의 탈북만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지금까지 외부 지원 물품을 배급하는 대상은 권력기관과 군대뿐이었다. 북한을 그렇게 많이 도와주었는데 설마 인민에게 전혀 주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인민에게 지원물자가 공짜로 돌아간 것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한 고위 탈북자는 "과거 해외 지원단체에서 영양제를 지원하자 인민군 병원인 제11호 병원에 전량 공급돼 군단별로 영양실조 군인들에게 영양제를 집중적으로 투여했다"고 말했다. 지원물품을 싣고 방북했던 인사는 영양제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믿을 수 없어 갑자기 해당 지역 유치원으로 가보겠다고 요청했고 북한은 그것을 승인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11호 병원에서 영양제 일부를 긴급으로 해당 유치원에 보내 외국인을 안심시킨 후 다시 모두 거두어들여 군대병원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함경북도 지역에 빵 공장을 지어 어린이들을 도와주었던 한 목사는 자신이 3개월간 머무르며 아이들을 볼 때에는 살이 포동포동 올랐는데 6개월 후에 다시 가보면 뼈만 앙상해져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중국에서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지 못해 개혁·개방조차 못 시키고 핵을 못 막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중국인 학자는 벌컥 화를 내며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수백만명이 굶어 죽은 것은 중국이 식량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그런 것이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을 때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바람에 북한은 결국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10년을 버틸 수 있었다. 핵과 미사일 개발도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었다.

지금 북한 주민이 굶주리니 도와주자는 것은 명분상 맞는 말이다. 그러나 쌀이 북한 군대로 가도 눈을 감자는 것은 결코 안 된다. 모니터링이 전혀 없는 대북 지원은 결국 권력집단 강화와 주민 탄압으로 이어져 시장에서 손끝에 피가 나도록 장사하는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악순환만 불러왔다. 대다수 탈북자는 대북 지원이 증가할수록 탄압이 함께 커졌다고 말하고 있다. 대북 지원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막대한 대북 지원이 왜 인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대책과 지원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하고 우리가 만든 기준을 북한이 수용할 때 지원해도 늦지 않다.

 

2010.8.24

강철환 동북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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