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통일세 논란

박상봉 박사 2010. 8. 20. 10:14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통일세' 논란

본 인터뷰는 극동방송의 통일을 향하여 (2010. 8. 21일 방송분)에 방송될 내용을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Q. 이명박 대통령은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거론하며 "그 날을 대비해 이제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하셨습니다. 그 의미가 궁금한데요 ?


->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은 통일은 먼 훗날의 일이며 이론적 논의의 대상으로 생각해 온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통일에 대한 개념도 정치적 영토적 개념이 아니라 남과 북 사이에 인적 물적 교류가 확대되어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이 '실질적인 통일'이 아니냐는 다소 감상적인 통일로 이해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통일세 발언은 감상적 차원의 통일논의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의 장으로 불러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Q. 통일세 발언이 나오자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이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 주로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당과 학자들이 이런 비난을 하고 있는데요, 그들에게 흡수통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아느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흡수통일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로의 통일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4조 즉 통일조항이 의미하는 바로 그것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을 흡수통일이라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오늘날 독일의 모습을 보십시오, 국민의 절대다수가 20년전 통일은 잘된 일이라고 고백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최소한의 조건이었습니다.

일부 특히 구동독 공산당의 뿌리를 물려받은 Die Linke 라는 좌파당만이 과거 동독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해 구 동독지역에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입니다.


Q. 통일세와 관련해서 실천적인 통일 방안을 준비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제시된 내용들이 있을까요?


-> 통일세와 관련해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가 되어 왔으나 그 동안 물밑에서 추진된 면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드린대로 통일에 대한 개념과 방안이 상호 달랐기 때문입니다.


Q. 이번에 밝힌 평화공동체, 경제 공동체,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현 정부의 통일방안으로 3단계 통일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고(평화공동체), 이어 남북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 침체된 북한 경제를 회복시킨 후(경제공동체), 남북 간 정치적 통일 즉 법과 제도적 통일(민족공동체)를 이루어가자는 제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통일세가 언급되면서, 현존하는 통일 준비금인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남북협력기금은 어떤 것인가요? (소개)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이 어떻게 마련됐고, 사용되어졌는지 궁금합니다.


-> 남북협력기금은 엄밀히 말해 통일준비기금이 아닙니다. 1990년 8월 1일 제정된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현재 남북한의 상호신뢰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인적교류 및 경제협력을 촉진할 목적으로 설치된 기금입니다.

재원은 정부 및 민간의 출연금, 재정융자특별회계 및 금융기관 등의 장기차입금, 국채관리기금의 예수금, 기금의 운용수입금 등으로 구성됩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북한과 교역 및 경제협력사업을 시행하려는 사람은 통일부에 신청한 후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금리는 연 6%입니다. 또한, 북한과 거래를 하다 손실을 입는 기업에 대해서는 90%까지 보조를 해줍니다. 이산가족교류 및 대북비료지원 등이 무상지원에 해당하고 경수로사업 공사비는 3년 거치, 20년 상환방식의 유상대출입니다.


Q. 그렇다면 이 통일세든 남북협력기금이든 광위적 의미에서 통일 비용으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다는 것에 조심스러운 의견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은 위에서 기술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미 사용액은 전부 국고로 환수하도록 했습니다.

남북협력기금은 기금이 도입된 첫 해인 1991년 250억원에서 2010년 올해 1조 1189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은 2000년 81.0%, 2001년 56.1%, 2002년 50.0%, 2003년 92.5%, 2004년 65.9%, 2005년 82.9%, 2006년 37.0%, 2007년 82.2%을 기록했으나 현 정부들어 집행률이 하락해 2008년 18.1%, 2009년 8.6% 그리고 올해 7월까지 집행률 3.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왜 집행실적이 미미한지요 ?


-> DJ와 노무현 정권 하에서 남북 교류협력의 명목으로 대부분의 기금이 집행되었으나 그 이전과 이후에는 집행률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남북협력기금도 제대로 사용치 못하고 있는데 무슨 통일세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국가 어느 정부가 무고한 관광객을 등 뒤에서 사살하고 우리 영해를 침범해 천안함을 폭침시켜 46명의 무고한 장병을 수장시킨 적에게 일방적인 지원을 한단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산이 책정되었으니 대부분이 일방적인 퍼주기인 교류협력을 무조건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입니다.


Q. 남북협력기금의 사용이 일방적인 퍼주기입니까 ?


협력기금 사용은 남북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을 위해 사용되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동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지원도 있었지만 교류협력이라는 명목 하에 일방적인 지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교류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몇몇 사람들이 어울려 북한을 다녀오는 비용도 이 기금에서 지출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정부에서 남북협력기금을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 것입니다.

천안함 피해자, 박왕자 여사의 가족과 친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본인들의 자식이 북한의 이런 야비한 무차별 공격에 목숨을 잃었어도 그런 주장을 되풀이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Q. 그렇다면 실제적인 통일을 위한 기금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떤 방안들이 있을까요? (통일기금 / 조세정책 / 재정정책 등?)


->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은 조세를 통한 방법 이외에도 다양합니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연대세 명목으로 세금을 부가한 방법 이외에 국공채 발행, 해외차입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이외에도 통일복권 발행, 기금형태의 통일기금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1990년 12월에 폐지된 방위세를 부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정을 절약해 마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조세의 경우도 직접세가 아닌 간접세율을 조정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우리의 부가가치세는 10%로 OECD 평균인 17% 수준보다 훨씬 낮은 상황입니다.


Q.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비용을 언급하던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통일비용에 대해 연구기관에 따라 73조원에서 2300조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무려 30배 차이가 나는데요 그 만큼 통일비용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통일비용은 크게 위기관리비용, 체제전환비용, 남북간 소득평준화 비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시장경제의 발판을 마련해 경제회복의 디딤돌을 놓는데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북한주민의 일인당 소득이 남한의 소득에 도달할 때까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통일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입니다.

이와 덧붙여 이미 독일에서도 통일비용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어 왔듯이 통일비용은 일종의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투자는 초기에는 일정한 비용이 투입되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소득으로 돌아오는 개념인데요, 통일비용이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Q. 독일이 통일이 된지 올해로 20년이 지났습니다. 통일과정에서 독일은 얼마의 경제적 비용을 들이게 됐습니까?


-> 독일은 올해로 통일 20주년을 맞습니다. 지금까지 투입된 재정이 1조 6천억 유로로 대략 2,500조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금액이 주로 사회복지 비용 등 동독 주민들에게 보상해 주는 소비용으로 쓰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납세자 연합에서 통일연대세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도 있습니다. 갑작스런 통일로 정치적 포퓰리즘이 난무했고 정책적 시행착오도 적지 않아 많은 돈이 들은 셈입니다.

바로 여기에 독일통일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적어도 통일비용적 관점에서 독일 통일을 바르게 연구한다면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Q. 국민들은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요?


-> 통일만 보더라도 독일국민은 대단합니다. 그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한 것이죠. 물론 예상 밖의 부담으로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1800만 동포를 자유세계의 품으로 돌아오게 한 것만으로도 당연히 지불했어야할 비용으로 믿는 사람들이 과반수는 넘습니다.

얼마전에는 통일 20주년을 맞아 동서독 사람 100명에게 "통일로 무엇이 달라졌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답변 속에 독일 국민의 위대함이 담겨져 있습니다.


Q. 2010년 현재 독일의 상황,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궁금합니다.


-> 경제적으로 유럽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국내 GDP가 24조 유로로 19조 유로인 프랑스에 앞서고 있고 유럽 전체 GDP 118조의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에서도 독일은 7.6%로 프랑스 10.2%, 스페인 19.7%, 이탈리아 13.8%, 영국 7.8%, 유럽 평균 11%보다 훨씬 양호합니다. 더욱이 동유럽권에서의 독일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애청자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께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가 부여하는 기회라고 알리고 싶습니다. 물과 기름과 같은 다른 통일철학을 갖고 남과 북이 만나 통일을 합의하자는 것은 일종의 궤변입니다. 한쪽은 적화 통일이요 다른 한쪽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인데 어떻게 합의가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가 통일의 여건을 만들어 주었을 때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 식의 통일을 위해 호심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 입니다. 앞으로 50년 후만 바라보아도 통일은 당위입니다. 50년 후에 우리 인구가 3천만명 대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분단된 채 4천만도 안되는 인구가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할 지 걱정입니다.

독일통일의 문제점과 어려움만 확대 홍보해 통일의 자신감을 상실하게 한 것은 지난 정권의 오류입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모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독일통일의 전례가 있습니다. 독일 보다 훨씬 쉬운 시험을 치르는 것입니다.

독일이 범한 시행착오가 무엇인지 곰곰이 챙긴다면 우리의 통일은 독일에 비해 훨씬 용이할 것입니다.

I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