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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독 기본합의서 49주년

박상봉 박사 2021. 12. 21. 12:57

[동서독 기본합의서 49주년]

49년 전 오늘, 1972년 12월 21일 동서독 기본합의서가 체결되었다. 브란트 동방정책의 산물로 양독이 과거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독립성, 자율성, 인권존중 및 주권국으로서의 동등한 지위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동독 슈타지는 기본합의서 협상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모든 협상의 내용이 보고서로 만들어졌고 수장 에리히 밀케는 협상의 과정을 “힘든 계급투쟁”(Harter Klassenkampf)으로 정의했다. 기본합의서가 초래할 잠재적 위협을 파악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하는 명령도 내려졌다.

 

국제법상 주권국가로 인정받는 동독의 최대 목표가 실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서독 내 야당인 기민/기사련과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동서독 주민을 고립시키는 베를린 장벽이 현존하고, 동독 국경수비대의 탈출자에 대한 무차별 사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독과 화해와 협력을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었다. 더욱이 기본합의서가 통일이라는 헌법적 사명을 희석시키는 위헌적 합의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브란트 정부는 동독과의 관계는 특수관계이며, 동독을 국제법상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헌재의 판결도 동일한 취지였다. 기본합의서가 통일이라는 헌법적 사명을 위반한 것이라는 해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물론 동독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동독은 국제법상 주권국가 사이의 외교관계를 의미하는 대사관을 본에 두었지만, 서독은 동베를린에 상주대표부를 두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