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북한의 비밀친구를 제압하라

박상봉 박사 2016. 10. 18. 10:34

북한의 비밀친구들을 제압하라

 

-북한의 비밀친구들-, 디 벨트(Die Welt) 2011.11.15.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또 한번 유엔 및 국제사회를 농락했다. 4차 핵실험 후 채택한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북한을 배후에서 돕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기는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중국이 뒤를 봐준다는 심증이 있지만 확증을 찾지 못한 가운데 최근 단둥의 훙샹실업이 핵과 미사일에 필요한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고 조선광선은행을 대신해 자금을 지원 세탁해 준 물증이 확보됐다. 훙샹그룹은 2000년부터 북한과 무역중개업을 시작해 2011년 꽤 큰 그룹으로 도약했다. 자본금 1억 위안(167억원)680여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룹의 대표인 마샤오홍(45)는 랴오닝 인민대표대회의 단둥시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실력자다.

미 재무부는 926일 훙샹그룹의 마샤오홍을 비롯한 중국인 수뇌부 4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훙샹그룹이 소유한 중국 시중은행 계좌 25개에 예치돼 있는 자금에 대한 압류도 신청했다. 미 법무부도 훙샹실업과 중국인 4명을 형사 기소했다. 과연 이것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나 기업, 기관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사건은 2011년 독일 일간지 디 벨트(Die Welt)가 보도했던 북한의 비밀친구들(Nordkoreas Heimliche Freunde)” 제목의 기사를 생각나게 한다. 암암리에 북한을 도와 붕괴를 막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보도였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 남한에도 이런 비밀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밀친구들 중 으뜸은 중국이다. 디 벨트가 이 보도를 할 당시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뒤로 구멍을 만들어 북한을 돕고 김정일의 철권통치를 지지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탈북자가 중국으로 몰려올 수도 있고 북한내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반대했다. 북한의 붕괴로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2백만 명에 달하는 조선족들이 서방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3만 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의 존재도 부담이었다.

당시 북중 국경의 수비대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두만강, 압록강을 넘어 도움을 청하는 수없이 많은 탈북자들을 모른 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또한 북한붕괴를 막고 대북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것이 대만과의 통일문제로 미국과 협상을 하게 될 때도 유리할 것이라는 중국의 시각도 전했다.

중국의 친구놀이는 이 보도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중국도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에 동참하고도 여전하다. 북중 간 통관절차는 유야무야하고 1,400km 국경지역 곳곳에서의 밀무역은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훙샹그룹과 같은 회사가 얼마나 더 존재하는지 모른다. 디 벨트는 러시아도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라고 쓰고 있다. 제재로 북한이 붕괴해 이란과 같은 전철을 밟으면 국익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과 남한의 내재적 접근

 

일본에도 북한의 비밀친구들이 널려있다. 북핵을 빌미로 일미공조를 강화하고 군사강국 및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북한이라는 변수가 사라지기 전에 평화헌법을 바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역시 일본의 전략이 놀랍다. 최근 김정은의 5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며 미국 정치권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키신저에 이어 바이든 부통령도 중국이 북핵을 방관한다면 일본의 핵무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거든다.

하지만 북한의 비밀친구들은 남한에도 존재한다는 디 벨트의 시각에 숙연해진다. 무엇보다 남한 내 통일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전 통일부 정관)갑작스런 통일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소개하며 남한 사회는 북한의 핵무기 보다 땀흘려 이룬 부와 행복을 빼앗기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고 비꼬고 있다. 이렇듯 북한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통일을 회피하는 남한 사회가 한미 군사동맹에는 과도하게 집착한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남한 내에는 디 벨트가 보도한 것 이상으로 북한의 비밀친구 노릇을 한 사람들이 다수다.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은 김일성과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합의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600기 이상의 전술핵을 철수시켜야 했다. 노태우의 오판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한창 핵실험에 집중하던 2000년 정상회담의 대가로 현대그룹을 동원해 북한에 45천만 달러를 송금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김대중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김정일과 만난 후 김대중은 한반도에 전쟁은 사라졌다는 환상에 빠졌다. 핵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는 가당치도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의 책사로 대북송금을 주도한 박지원은 46명의 언론사 사장단을 대동, 김정일을 알현하며 천하의 독재자 김정일을 합리적 지도자, 평화주의자로 둔갑시키는 과오도 범했다. 이런 박지원을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독일 언론이 김정일 앞에 늘 독재자라는 단어를 수식어처럼 사용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소위 햇볕정책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북한에 8조원 이상의 자금을 건넸다. 이 돈이 20061091차 핵실험의 돈줄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핵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은 북한식 내재적 접근론이었다. “북이 안보를 위해 핵을 개발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즉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으로 과거 송두율과 이종석이 주장하던 북한을 북한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 천안함 폭침에 이어 대낮에 연평도 도발을 당했다. 대한민국 국민 박왕자 씨가 금강산 관광 중 피격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재임 중 북한은 2,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사실이다. 이대통령은 고작 5.24조치였다. 더욱이 이런 취약한 이명박을 야당은 대북강경론자라고 몰아부쳤다. 북한 비밀친구들의 괴담이 먹혀들었다.

 

핵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

 

미국도 북한의 비밀친구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919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FAZ), 오스트리아의 티롤러 타게스차이퉁(Tiroler Tageszeitung) 등 일간지의 보도가 충격이다. 미국의 케리 국무장관이 핵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에 불가침 및 평화를 논의하기 위한 진지한 회담을 제안했다는 보도였다. 이미 알다시피 미국과 북미 간 관계나 핵관련 기사는 유럽의 언론이 신속하고 정확하다.

북한이 핵의 소형화, 경량화, 표준화에 성공하고 무수단, SLBM에 이어 조만간 미대륙에 도달할 수 있는 ICBM까지 개발할 것이라는 소식에 가장 놀란 나라는 미국일 것이다. ICBM500kg의 소형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미국의 주요 도시들도 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의 핵공갈이 현실화되며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있다. 핵동결은 지금까지 개발한 핵은 인정하고 향후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라는 것이다.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단계 전에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키는 것이 미국의 안보에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릴 만하다.


핵동결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남한에 주둔할 명분이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폐기되고 한미동맹도 와해될 수밖에 없다. 결국 김씨네가 3대에 걸쳐 집요하게 추구해온 적화통일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주한미군이 사라진 남한은 국력이 북한의 40배가 된다고 해도 오합지졸이다. 특히 북한을 두고 분열되는 한국의 자화상은 나라를 수차례 빼앗기고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다.

이런 수순이 명백한 일을 미국이 수용하려는 태도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미동맹 60년 역사를 한 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짓을 미국이 먼저 제안하는 태도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미국의 돈으로 배치한다고 해도 거부하는 나라가 남한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의원들이 우방인 미국이 아니라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친중반미의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것도 놀랍다. 광우병과 같은 괴담에 온 나라가 중독되는 사회에 신뢰를 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내년 대선에서 늘 미국의 발목을 잡아왔던 야당이 대권을 잡을 확률도 높다. 또한 이런 핵동결과 평화협정을 교환하자는 이야기는 미국 케리 장관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중앙일보 김영희 기자가 지난 26일 제안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을 탓하기 전에 우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미국의 지도자들이 나름대로 안보정책을 새롭게 다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해보았음직도 하다. 이런 골치아픈 남한을 지키기보다 통일된 한국을 미국 편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호치민이 통일한 베트남이 현재에는 친미국가가 된 것처럼 오히려 누가 통일을 하든 통일된 한국을 친미국가로 만드는 전략을 세울 만도 하다.

 

다시 도진 분열의 자화상

 

이제 우리는 언제라도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철수, 미국의 핵우산도 수명이 다할 수 있음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 국회의 모습은 또 다시 싸움박질이다. 19대 식물국회에 못지않다. 그네들이 좋아하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회를 해산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국민이 나서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든, 다른 나라에서 핵무기를 사오든, 핵을 빌려오든 김정은의 경거망동을 제어할 수 있는 자위적 조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5차 핵실험을 강행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핵폐기레짐체인지냐의 선택에서 분명히 핵폐기를 거부했다. 남은 것은 레짐체인지 뿐이다. 이제 박대통령은 보다 단호하게 북한의 레짐체인지를 가로막는 세력은 제압해가야 한다. 그 길을 가로막는 자들이 중국이든, 정세현이든, 류길재든, 김영희든 제압해야 한다.

임진왜란을 불러온 패거리 당파, 조선을 일제 식민지로 전락시킨 파당, 6.25 전쟁을 초래한 갈등이라는 분열의 자화상이 김정은의 핵 인질 앞에서도 어김없이 도지려 하고 있다. 이 분열의 DNA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과 진실이라는 기초에 두 발을 굳게 붙이고 북한의 비밀친구들을 하나 둘 제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RO를 조직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던 이석기, 통합진보당, 황선, 신은미, 이정희 등을 제압했다. 탈북자를 배신자로 말하는 임수경도 설자리를 잃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는 와중에도 대북지원 운운하는 자들도 모두 북한의 비밀친구들임이 분명하다. 법과 진실, 대한민국을 지킬 두 개의 기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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