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북핵 위기와 식자우환(識字憂患)

박상봉 박사 2013. 6. 18. 18:00

북핵 위기와 식자우환(識字憂患)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는 새 국면을 맞았다.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이었던 한미동맹의 핵우산이 ‘찢어진 우산’이라는 우려가 생기고 국군의 날 위용을 자랑하던 첨단 군사무기가 왠지 미덥지 않다. 최근 미국은 알래스카에 레이더기지를 신설하고 서부해안에 14기의 요격미사일을 추가 배치하는 등 북한의 위협이 단순한 공갈협박이 아님을 증거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수십 km 위에 핵을 이고 있는 우리는 안보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안보불감증으로 북한의 남한 흔들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득도 있지만 이런 핵위기 상황에서 식자들의 우환이 그야말로 우려스럽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은 최근 두 가지 형태를 보인다. 자칭 평화주의자들의 처세와 현대사 왜곡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의도와 제작과정이 불순하다. 현대사를 친일과 반일 세력의 대결로 보는 시도가 이미 왜곡이다. 우리 민족사에 최강의 나라를 건설한 대한민국을 친일 반일의 잣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불가하다. 이런 가운데 ‘백년전쟁’은 조회수 20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더욱이 사진을 조작해 한국 현대사에 시동을 건 건국 이승만 대통령을 불륜을 저지른 인사쯤으로 만드는 일은 역사적 범죄다.

왜곡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장병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되돌아보면 대한민국을 부정적 역사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북한의 현대사를 미화한다. 내재적 접근법은 이런 부류들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며 이런 부류들의 처세도 놀랍게 변한다. 교수, 언론인 등 식자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와 주장이 그럴싸하지만 결국 북한에 이롭다. 이들 식자들은 과거 북한 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거나 북은 절대 핵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인사들이다. 이제는 남한의 자위적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어불성설이라고 난리다. 한미동맹이 있으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반대하니 할 수 없다는 등 논리도 다양하다. 식자우환(識字憂患), 알아서 탈이다.

예수는 식자요 지도자였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게 “안식일에 양 한 마리가 구덩이에 빠졌다면 당장 건져내는 것이 옳다”며 나무랐다. 생명을 바라보는 예수의 단순함이다. 생명이 먼저다.

안보가 먼저다. 20대 김정은의 전쟁놀음이 어떻게 이어질지 걱정이다. 이런 마당에 자칭 평화주의자들의 처세가 역겹다. 주먹다짐을 하다 상대방이 총을 들었다. 나도 총을 들어 대응하든지, 무릎 꿇고 굴복하든지 양자택일이다. 내가 총을 들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그럴듯한 논리로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안보위기가 사라진단 말인가. 전쟁은 힘의 균형이 막는다.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핵개발이 이루어진 과정이다.

한국 현대사가 민족의 비극으로 얼룩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조작해 비극의 역사를 더욱 비극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배신이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기적의 현대사’를 만든 세계사의 위기이기도 하다. 

북한은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핵무기와 심리전 무기이다. 후자는 파악하기 어렵다. 종북세력은 분명하니 차라리 낫다. 오늘날 그럴싸한 주장으로 사태를 호도하는 식자들이 문제다.

핵무장론의 핵심은 북핵 폐기이다. 중국 카드를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무엇보다 일본의 핵무장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은 30톤 이상의 플루토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아침에 핵무기 수천발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재료가 완비됐다는 견해다.

우리의 핵무장론은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올 것이며 이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애매모호하게 일관하던 중국이 앞장서 북핵 폐기에 나설 것이다. 어차피 핵무장이 불가하다면 북핵을 폐기토록 하는 것이 정답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뻔한 사실을 지식으로 은폐하는 식자들의 우환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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