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역사

동북공정의 영향과 국내외적 대응방안

박상봉 박사 2007. 5. 24. 17:16

 

동북공정의 영향과 국내외적 대응방안

 

I. 

작년 2월 창춘(長春)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시상식장에서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시상대에 선 우리나라 어린 선수들이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구호를 한 글자씩 들어 올렸다. TV를 통해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오랜 동안 과연 무슨 사연이 숨어있는 것일까 ? 궁금했던 다른 한편으로는 10대의 어린 선수들이 저런 무모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선수들이 중국 땅에서 그것도 신성한 스포츠 행사에서 그러한 정치적 퍼포먼스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

언론의 보도를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은 스포츠 행사인 아시안게임을 정치 행사로 전락시켰다. ‘창바이(長白 백두산)여 영원하라’는 선전선동 구호가 게임장을 물들였고 ‘백두산은 중국땅’이란 홍보책자가 창춘 시내를 뒤덮었다는 것이다. 37억 아시아인에게 백두산은 중국의 영산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들어댔다.1)

 

최근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심각하다. 2005년도를 ‘한일 우호의 해’로 정하기로 했던 한일 양국의 노력도 헛되이 독도 영유권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교과서 왜곡도 늘어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도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주었던 창바이에 대한 중국의 집착은 5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한 산물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는 물론이고 발해, 고조선까지도 중국 역사의 일부분으로 편입시키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동북아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한국역사연구회는 ‘역사전쟁’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2) 우리는 수용하기 어렵지만 동북아 정세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 영토에 해당하는 북한지역에 대한 영토적 욕심을 담고 있음이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중국의 영토적 야욕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간도협약을 체결해 만주 일부를 중국 영토로 삼은 데 이어 백두산의 반쪽도 중국 소유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 무엇보다도 중화주의를 통해 국가의 통일과 안정을 유지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두드러져 보인다.3) 정세가 불안한 북한의 붕괴가 현실화되면 연변지역의 조선족이 동요할 것이고 이는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입장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이 중요한 것은 고구려사 왜곡 프로젝트가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점 때문이다.4)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동북공정은 감추어져 있던 우리의 역사의식을 새롭게 깨우고 있다. 이제 대내외적 대응전략을 마련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역사학자들을 길러내 중국의 침략의도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제적으로는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의 힘의 정치에 대항해야 한다.

 

II. 

중국 동북공정의 의도

 

중국이 최근 들어 강력하게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중국 확장 프로젝트

 

한신대 안병우 등이 저술한 ‘중국의 변강인식과 갈등’은 동북공정의 근간을 심도있게 연구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 다르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은 수천 년 전부터 비롯된 ‘중국 확장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5)

이런 중국의 의도에 대해 서경대 서길수 교수는 “동북공정은 역사왜곡이 아니라, 침탈”이라고 말한다.6) 서 교수는 중국의 ‘고대 중국 고구려역사 속론(古代中國高句麗歷史續論)’에 대한 번역사를 출간하며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중국에 중국사는 있어도 중국 당사, 중국 삼국사, 중국 남북조사, 중국 송사와 같은 책은 없다. 자기 역사에다 다시 중국을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고구려사에 대해 ‘중국고구려사’라는 이례적인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은 이미 고구려사가 침탈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 책은 중국의 국경문제를 다루는 ‘동북변강연구총서(東北邊疆硏究叢書)’ 가운데 하나로 출판된 것으로 보아 특별한 목적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데 바로 역사침탈이라는 것이다.7)

동양대 김운회 교수는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일관되게 한국을 중국의 실지(失地)로 파악한다”8)고 쓰고 있다. 동북공정 이전에 서남공정, 서북공정이 있었다는 사실도 고구려사 왜곡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중국 영토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모든 민족은 중국 민족이며 중국의 역사라는 억지를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출처: 동아일보, 2004. 4. 1.

 

2. 소수민족 통합

 

이미 알려진 대로 중국은 56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냉전이 해체된 이후 소수민족들의 독립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고 중국 역시 소수민족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들 소수민족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온 가운데 최근 요하문명론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항공대 우실하 교수는 ‘요하문명론’이 바로 소수민족 통합논리이며 단순한 역사 강탈의 수준을 넘어 우리의 역사 근간 자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수준이 너무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황하일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요하문명은 황하문명 보다 앞서 존재했고 이곳에서 발원한 모든 고대 민족과 역사는 중화민족의 일부고 중국사라고 주장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또한 과거 폐쇄적이었던 사회와는 달리 중국은 개방된 사회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56개 소수민족을 통제하고 통합해가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과거 억압적인 방법이 아닌 새로운 통제수단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요하문명론이 부각되었다는 것이다.9)

실제 냉전 이후 국제사회의 주요 흐름은 민족주의의 부각과 함께 소수민족들의 독립 움직임이다. 소비에트 연방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17개 독립국가로 해체되었고 유고연방이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으로 분리 독립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중국 내 소수민족들도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3. 북한 붕괴 대비

 

북한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이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고 한반도가 통일되면 옌볜에 있는 조선족들이 동요할 것이다. 조선족 자치주가 동요하면 시짱(西藏) 자치구에 있는 티베트인과 신장 위구르 지구에 있는 회교도들도 술렁이게 될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이후 많은 분열을 겪어왔던 중국은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고구려는 원래 중국사의 일부였다고 미리 강조함으로 김정일 정권 붕괴 시 조선족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이다.10)

더욱이 북한의 붕괴된 후 남한 주도의 통일은 중국에게는 아주 민감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통일된 한국에 주한 미군이 주둔하게 된다는 것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쉽게 용인하기 어려운 일이다.

 

 

III. 

동북공정의 전망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에서나 북한의 특수성에서나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 문제와 이슈가 국제적 관심과 공조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의미이기도 하다.

 

1. 한반도 이슈의 국제성

 

한반도는 중국 대륙과 일본을 잇는 가교의 위치에 놓여있다. 이런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의 근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은 대부분 국제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우리가 싸움터를 빌려준 가운데 주변국가들이 맞붙은 전쟁이었다. 특히 러일전쟁은 러시와와 독일, 프랑스 그리고 일본과 미영동맹이 치른 전쟁이다. 이후 일본의 조선 강점은 미국과 일본이 맺은 카쓰라 테프트 밀약에서 최종 확인되었다. 6.25 전쟁에 유엔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적화통일 되었을 것이고 이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인류역사 상 전례가 없는 유일무이한 비대칭 조약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북한 발 이슈 두 가지는 핵과 인권문제이다. 핵은 물론이고 인권이라는 이슈도 국제사회가 중요시 여기고 있는 이슈들이다.11) 김정일 정권이 원하든, 원치 않던 향후 위 두 가지 이슈는 결코 국제사회가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문제를 민족공조의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모종의 딜을 계획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소문의 내용은 중국이 북핵을 해결해주는 대신 미국이 중국의 북한 지배권을 용인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2. 통일조선 시나리오

 

통일조선은 통일한국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통일한국이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의미한다면 통일조선은 북한 주도의 통일을 뜻하는 개념이다. 통일조선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북한 식 또는 중국 식 체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즉 통일조선은 북한이나 중국의 영향 하에 이루어질 한반도 통일을 의미한다.

작년 11월 8일 일본의 격주간지 사피오(SAPIO) 지는 중국이 한반도 내 친중 통일조선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는 컬럼을 실었다고 한다.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 실험을 강행한 김정일을 배제하고 북한 내 친중정권을 수립해 이 정권으로 하여금 대한민국과 통일협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피오는 ‘통일조선’ 시나리오와 관련해 2006년 10월 13일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0월 9일 핵실험 직후 방중했던 노무현 대통령에게 후지타오 주석은 한반도 통일의 조건에 대해 “미국이 북한영내에 한발 짝도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대통령에게 중국 주도의 통일조선 구상을 소개했다고 한다. 후진타오의 통일구상은 ‘통일조선“ 시나리오다. 중국의 주도 하에 남북이 통일협상을 진행하고 일본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으로 “남북통일은 방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12)

미국을 배제하고 북한에 포스트 김정일 이후 친중정권을 창출해 평화공존을 정착시키고 남한과 통일협상을 추진해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이다. 미국을 배제하고 북한 내 친중정권을 세운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단계적 통일방안과 동일하다. 평화와 화해, 대화를 통한 단계적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의 음모를 읽을 수 있다. 중국 주도로 이룬 통일조선은 친중반미 정권일 수밖에 없고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외교적 목표와도 일치한다. 더욱이 서남공정, 서북공정에 이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까지도 왜곡해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가려는 장기 프로젝트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이 중국에 의존하면 위성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의 경고는 차치하고 라도 오랜 역사 속에서 한민족(韓民族)을 짓밟아온 중국 한족(漢族)의 음모가 너무도 분명하다. 통일조선과 관련해 김정일은 “나, 김정일은 조국통일을 위해 존재한다. 조국통일을 이루지 못하면 이미 김정일이 아니다.”, “내가 조선통일의 주역이 되고, 통일조선의 최고책임자가 될 것이다.”13)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IV. 

대응방안

 

1. 1회성 전시적 대응 지양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미 알려진 대로 지방의 학술단체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수 천년 전부터 비롯된 중국확장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고 있다. 동북공정 이전에 이미 서남공정과 서북공정이 추진되어 티베트와 몽골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2002년 중국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은 고구려사는 물론이고 고조선, 부여, 발해까지도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야욕이 담겨져 있다. 이런 중국의 의도는 수년 전부터 본격화되는 가운데 비정치적 스포츠 행사까지도 그 선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년 창춘 동계아시안 게임에서의 불상사에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중국의 역사왜곡의 장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018년 제25회 세계 동계올림픽을 백두산에 유치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했다는 사실도 보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14)

 

이런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우리 정부는 대응은 아직까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알려진 직후 설립된 고구려 재단은 2년5개월 만에 해체되었고 이 재단을 흡수한 동북아역사재단의 활동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난리법석을 떨다 곧 식어버리는 대응으로는 중국의 치밀한 동북공정을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다.우리도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에 상응하는 연구기관을 설립해 중장기적으로 대응하는 방안, 특히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 동북아역사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국민과 세계에 홍보하는 학ㆍ민ㆍ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고구려사연구센터를 설립해 이를 중심으로 관련자료 수집, 중장기적 기초 연구, 학문 후속세대 양성, 민간 전문기관 육성, 중국의 역사왜곡 실태 홍보 등을 추진해야 한다.

 

2. 현실인식과 국제연대

 

한국은 세계사적 현실을 직시하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를 향해 역사 왜곡은 동북아 안정에 해가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두는 한편, 한국의 국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적 힘을 결집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밑받침할 수 있는 논리를 다방면으로 갖추어야 한다.

최근에 시도 되고 있지만 한·중·일 3국의 역사교과서를 공동으로 편찬하는 작업을 국가의 지원 아래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양심적인 인사들이나 이론을 만들어내는 지식인들 간의 사심 없는 만남과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 두 강대국들의 자기본위의 사고와 행동의 문제점들을 적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 피해 당사국인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국가들, 몽골,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주변 국가들이 입장을 정리해서 공동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약소국이 존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대응책을 마련하고 강대국과의 공존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관념으로 만들어낸 착각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15)  

지나친 반일, 반미감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 문제에 관해서는 ‘제3자’이다”16)라는 냉정한 자세로 동북공정에 대응해야 한다.

 

3. 통일은 기회

 

동북공정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대응은 한반도에 통일한국을 건설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된 한국이 동북아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개발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설득하는 일이다. 최근 아베 총리를 만난 한 인사는 현재의 분단 상황보다 통일된 한반도가 일본의 국익에 훨씬 유익하다는 점을 설득해 동의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즉 김정일정권의 무모한 폭정이 탈북자를 양산시키고 핵을 개발토록 해 대한민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니 자유민주주의의 통일한국이야말로 일본은 물론이고 동북아에도 유익하다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0여년 우리나라 대북정책의 가장 큰 실책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통일의 소원을 모두 빼앗아 버린데 있다. 통일은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통일기피론과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정당한 정권이라는 내재적 접근론의 결과이다. 막연히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해 점진적인 통일을 이룬다는 것이다. 북한 퍼주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북한을 지원하는 것도 그런 명분 때문이다.

하지만 대내외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세습정권과 개혁개방은 병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이 이의 반증이다.

이제는 통일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은 앞서 통일을 이룬 베트남, 예멘, 독일보다도 훨씬 우월한 위치에서의 통일이다. 이것은 세 나라 통일의 전례를 학습할 수 있는 역사가 우리에게 내린 절호의 기회이다.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주변 국가의 어느 나라도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기회이다. 기회는 잡는 것이고 잡지 못하면 사라지는 법이다.

 

 

V. 

중국의 역사왜곡은 일본의 왜곡보다 우려스럽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동북공정을 추진해 고구려사는 물론이고 발해와 고조선까지도 왜곡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고대사 왜곡은 과거로 종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동북공정은 북한의 붕괴를 대비한 사전 포석의 일환이라고 한다.

최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평양의 제1백화점을 비롯한 중국 자본의 북한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특수한 성격으로 서방세계의 해외투자가 지극히 제한적인 가운데 그나마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북한에 대해 중국의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지연시키고 있다.

적어도 중국으로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까지 동북아 지역이 현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탈북자의 강제송환으로 중국 정부의 인권의식을 규탄해온 ‘국경없는 기자회’ 등 국제 인권단체들의 인권투쟁을 경계하고 있다.17)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인 동복공정이 추진될 것이고 탈북자에 대한 보다 철저한 통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이 남한 주도의 통일을 반대하고 있으며 동북공정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남한 주도의 통일은 우선 중국 내 조선족들의 동요를 불러올 것이고 다량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중국을 혼란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통일된 한반도에 주한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참여정부 들어 우리의 동북아 정책은 급격하게 近中遠美로 전환되고 있다. 반미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의 대중인기영합주의도 한 몫하고 있다. 마늘 파동, 기생충 알 파동과 같은 사건을 처리하는 중국의 태도는 오만하기 짝이 없다. 탈북자 문제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대중외교는 “그저 선처만 바랍니다”의 수준이다. 이와 반대로 미국에 대한 정치인들의 태도는 강경일변도이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에서 시작된 반미주의는 맥아더 동상 철거로 까지 이어졌고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민족공조냐 국제공조냐를 둘러싼 사바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정치인들의 태도는 국가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니다.18)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서는 왜소한 모습인 정치인들에게 동북공정 등 한반도의 미래를 위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적어도 우리나라 고대사 뿐 아니라 근현대사를 돌아보며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위치해 겪었던 고통과 서러움을 한번만이라도 반추해 본다면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얼마나 국가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매사에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인기영합주의를 경계하며 진정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여론에 참여하고 논리를 개발해내야 한다.

 

영토 문제는 국민의 삶과 죽음을 좌우하며 때로는 전쟁과 평화를 가른다. 국가라는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치 경제보다 국민의 생활에 더욱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북공정 이후 역사전쟁이라는 말이 동북아 지역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이렇듯 동북공정은 한반도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이 북한붕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임을 가르치고 있다.

한반도의 역사는 중국과 일본의 침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역사로부터 얻는 교훈은 이제 더 이상 주변국들에게 우리의 영토와 국민의 운명을 내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통일한국이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러시아에도 유익하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19)

 

 

참고자료

 

고구려연구재단(재), 고구려연구재단 사업성과보고서 2004.3~2006.8.

馬大正 외(서길수 역), 고대 중국 고구려역사 속론(古代中國高句麗歷史續論), 2003.

안병우 편, 중국의 변강인식과 갈등, 한신대출판부 2007.

오병수, 중국의 對 한반도 역사인식과 전략 ‘신중화주의’(전인갑 저) 서평, 신동아 통권 563호, 2006. 8. 1,

윤명철, 중국의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평화논평 10호, 평화재단, 2006. 10. 3. 4~5쪽.

한국역사연구회,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청년사 2005.

한국우리민족사연구회, 동북공정, 알아야 대응한다: 우리강역 변천사, 2006.

경향신문, 2006. 3. 6.

문화일보, 2006. 9. 5.

신동아, 중국은 왜 고구려사를 삼키려 하는가, 2003년 9월호 기획특집, p.320~331.

  -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동북공정’의 결정판, 2007. 4. 1. 통권 571호, p.490~501.

오마이뉴스, 2007. 5. 1. http:www.ohmynews.com.

조선닷컴, 2007. 3. 2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3/27/2007032700021.html.

한국일보, 2004. 1. 19.

한국일보, 일제가 중에 간도 넘긴 협약은 무효, 2004. 4. 19.

Spiegel-Online, 2002. 4. 25. http://service.spiegel.de/digas/find?DID=27886633.

Washingtonpost, China gives no Ground in Spats over History, 2004.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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