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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76: 북, 신년 공동사설 분석

박상봉 박사 2008. 1. 9. 19:32
 해설76: 북, 신년 공동사설 분석


북한의 올 신년 공동사설은 또 다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던 반면 남북경협과 통일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북한은 핵에 대해서는 침묵해 줄 것을 원하지만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과 협력을 강화해 달라는 주문이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선언과 작년 2.13 합의에 따라 핵 시설을 불능화 하고 2007년 말까지 모든 핵 물질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같은 시설들을 빠짐없이 신고해야 했다. 물론 시리아로의 핵기술 이전 여부도 명확하게 밝혀야 했다. 하지만 이 시한은 허무하게 지나가고 말았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 회담 당사국들은 이런 북한의 태도에 유감스럽다는 입장 이외에 별 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서방언론들도 북한이 신고의무 시한을 넘겼다는 타이틀로 북핵 문제를 다루었지만 향후 이 문제가 어떤 위기로 치닫을 지 모른 다는 입장이다.


무자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슈피겔 온 라인(Spiegel-Online), 미텔도이췌 차이퉁(Mitteldeutsche Zeitung), Kurier와 n-tv 등 독일 언론들도 일제히 북한이 핵 신고 의무시한을 넘겼다고 보도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Nordkorea bricht Atom-Frist(핵 시한을 넘긴 북한)’이란 제하에 미국과 북한과의 신경전에 대해 언급할 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과 대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어 쥐드도이췌 차이퉁(Sueddeutsche Zeitung). 디 프레세(Die Presse), 벨트 온라인(Welt-Online), 쾰르너룬드샤우(Koelner Rundschau) 등 주요 언론들도 북한의 핵도발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우려는 아랑 곳 없이 공동사설에 나타난 북한의 주된 관심은 남북경협과 통일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은 지난 10년 간 남북경협이라는 이름으로 8조원 이상의 자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교류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남한의 기업인, 방송인은 물론이고 교회나 NGO단체 요원들이 북한을 드나들며 소위 입장료의 명목으로 북한에 지불한 눈먼 돈들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북한이 노무현 정권 말기 합의한 10.4 공동선언과 그 후속사업들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10.4 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대결시대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북남관계를 명실공히 우리 민족끼리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며 평화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는 공동사설의 주문이 그것이다.


공동사설에 나타난 또 다른 관심은 통일에 대한 북한의 열망이다. 언론들이 북한의 통일이라는 공동사설의 의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사설의 뒷부분은 북한이 갈망하는 통일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동사설은 2007년을 조국통일의 길에 획기적인 국면이 열린 해라고 말하고 새해에도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조국통일 운동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6.15 통일시대의 흐름은 그 무엇으로써도 가로막을 수 없으며 민족이 하나가 되어 힘차게 싸워나갈 때 조국통일 위업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야기 하는 조국통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우선 민족공조를 통한 자주통일이다. 북한이 통일과 관련해 한결같이 주장하는 6.15 공동선언의 제1항은 통일의 원칙에 관한 것으로 민족공조를 통한 자주통일이다. 그리고 제2항은 통일방안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그 골자는 연방제안이다. 


즉 북한이 말하는 조국통일은 민족공조에 기반을 둔 연방제 통일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된다. 핵은 물론이고 인권, 국군포로, 정치범, 탈북자 등과 같은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문제에는 눈과 귀를 막고 자유와 시장의 가치와 의미도 물어서는 안 된다. 오직 민족만이 해답인 셈이다. 하지만 그 민족도 더 이상 예전의 민족이 아니다. 김일성 부자에게 맹종하게 만든 김일성 민족이다.


공동사설에서도 북한은 “온 겨레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 “북남 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선언은 민족의 자주적 발전과 통일을 추동하는 고무적 기치이며 6.15 공동선언을 전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천 강령이다.” “조국통일 운동의 주체는 우리 민족이며 외세에 의존하여서는 어느 때에 가서도 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들을 나열하고 있다.


통일은 우리 민족이 풀어야할 숙원이며 우리의 소원이다. 그러나 2천3백만 인민을 굶주림에 허덕이게 만들고 김정일을 비롯한 일부 독재권력 추종자들은 호의호식하는 이런 류의 통일은 아니다. 통일은 2천3백만 억압받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유를 선사하고 먹지 못해 굶어죽은 300여만 명의 북한주민들의 한을 풀어주는 통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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